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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오픈 후 처음으로 쉬는 연휴

자궁근종수술 회복기

by 양수리 감성돈

가게가 관광지에 위치하다 보니, 계절에 따른 수익 편차가 굉장하다.

많이 덥거나, 비가 와서 관광객이 오지 않던 시기가 너무 길었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계절의 이름을 꺼내기도 어려운 10월.

추석 연휴 내내 비 예보에 자영업을 하는 나에게는 좋다가도 싫다가도.

좋은 이유는 자궁근종 수술 후 회복기간이라 휴무 또는 오래 가게를 열지 못해서 ‘차라리 잘 되었다! 쉬어버리자!’ 이런 마음

슬픈 이유는 그래도 추석 연휴에는 찾아오는 관광객도, 손님도 제법 있는데..


버티고 참아내고 때로는 가게를 못 열기도 하면서 추석 연휴가 지나가던 때.

절기 ‘한로’를 맞이했다. 연이어 3일 연속 가게를 열었던지라 수술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나에게 너무 큰 무리. 체력적 한계. 오랜만에 맑은 날씨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게 회복이 아니기에,

걸을 체력이 있으면 걸으면서 체력을 더 키우고,

내가 현재 어느 정도의 체력이 되는지 알아차림도 중요하기에,

주변 빵집에 빵을 살 겸 산책을 나갔다.


햇빛도 눈부시고, 강물도 눈부시고, 잎사귀도 눈부시고, 사람도 눈부셨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며 산책을 더 해볼까? 거리를 더 걸으려고 할 때 내 몸에서 체력 브레이크.


종일 잘 쉬고 해 질 무렵 또 한 번 산책길을 나섰다. 눈부신 오늘의 모습 속에 감탄하다가 자전거 탄 사람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의 가방에 달린 키링, 소품, 선글라스 등등 굿즈들에 눈이 갔다. ‘아, 저거 우리 가게에도 파는 건데’ ‘오늘 장사했으면 손님 많이 왔을 텐데...’ 해가 지고 막히던 도로에 차량 정체가 풀린 후. 오늘 나의 마음들이 우습기도, 허탈하기도 해서 너털웃음이 났다.


하루의 마무리 -

내게 남은 마음은

‘아직 한 발 남았다’ 아니

‘아직 연휴 하루 남았다. 오늘은 잘 쉬었으니 내일은 일하자’

오늘은 수술 후 회복하는 나보다는 자영업자로써의 내 모습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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