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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토마토 Apr 02. 2024

2달동안 삼성디자인멤버십 학생들을 가르켜보자!

튜터 데뷔 도전기

저번에 강연을 다녀와서 작성했던 글에도 언급했던 성장 방법! 바로 '알려주기'

https://brunch.co.kr/@greentomato/8


나는 대학생 때 4년동안 고등학생을 가르쳤다.

주로 3학년을 대상으로 대입을 위한 입시미술을 가르켰는데 형식은 다양했다.

4년 중 3년은 대형 미술학원 입시반에서 4시간동안 30명 남짓되는 학생들의 그림을 봐줬다.

4년 중 1년은 소형 미술학원에서 1:1 과외 형식으로 개인별 커리큘럼을 짜 서울대, 홍대, 한예종 입시를 가르켰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1. 주제를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능력 

2. 스토리텔링 능력 

3. 화면의 효율적 구성 능력을 통해

한 장의 키스크린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많이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내 프로젝트에 적용해 세부 전공을 수석 졸업 할 수 있었다.


강연을 경험하고 나니 이번엔 좀 더 롱 텀으로 '대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다.

내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의 튜터가 되는 길이었다.

입사 첫 해부터 지원했지만 아직 연차가 쌓이지 않아서 거침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다음 해에 열렸을 때도 탈락할 것이라 생각해 망설임 없이 지원했는데...!! 감사하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2~3월간 세 명의 학생과의 여정이 시작되었고 오늘 그 여정이 막 마무리 되어 간단히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튜터링 전

첫 만남은 대면으로 진행됐다. 

나를 포함해 가볍게 각자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이후 가장 중요하게 '이번 튜터링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커리큘럼을 짜기 위한 기본정보를 수집했다.


- 전공, 취미나 취향 등을 포함한 자기소개

- 어떤 작업을 진행해왔는지?

-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 언제 어떤 텀으로 튜터링 하는 것이 좋을지?

- 기타 등등


이를 토대로 튜터링 커리큘럼을 짰다.

사측에서 안내해주신 튜터링 시간은 총 한 주에 3시간씩 4주에 나눠 진행하는 12시간이었지만

방향성을 더 쉽게 잡고, 더 부담없이,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조금씩 자주 보는 것으로 스케줄을 짰다. 다만 튜티 분들이 먼 곳에 계셔서 쭉 온라인으로 튜터링을 진행했다.

경험상 방향성을 잡는 초반부에 난항이 있어왔기 때문에 초반부에 더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이제 막 선발된 신입들을 위한 인텐시브 코스이기 때문에 1:1로 진행하기보다 

다른 튜티의 작업물과 피드백을 통해 더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다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구성했다.

스케줄은 항상 짠대로 진행되지 않지만, 이렇게 미리 안내해야 튜티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맞춰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타임라인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수고로워도 미리 기획하는 편이다.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첫번째 튜터링을 위한 사전 준비사항을 안내했다.

이런 식으로 각 튜터링마다 지도해야 할 핵심사항을 인지했다.


튜터링 중

총 1차에서 10차까지 진행된 튜터링은 모두 발표를 들으며 동시에 노션을 활용해 피드백 드릴 부분을 상세히 기록해두었다. 초장에는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 분의 공유가 끝나면 다른 튜티분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나서 내 피드백을 드렸다.

 한 분 당 약 20분이 소요됐다.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발표가 짧을수록 피드백을 길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공유받는 내용이 적을수록 피드백의 깊이가 얕고 피상적이다. 따라서 세 분이 공평히, 또 충실히 발표와 피드백 시간을 확보하실 수 있도록 발표 시간과 피드백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튜터링이 끝나면 항상 입고 있던 옷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난 수족냉증이 심한데 손과 발도 엄청 뜨끈해져 있었고 특히 의자랑 맞닿은 허벅다리 쪽 면이 축축해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켰다.


본 수업 시간에 모든 것을 상세히 짚기는 어려울 것 같아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시면 흔쾌히 연락 주시라고 말씀드렸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튜터링이었기에 이런 예외적 튜터링이 가능했다. 만약 학원이나 개인 과외였다면 계약된 사항 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튜터링 후

튜티분들이 정말 열정적이시고, 너무 우수한 분들이셔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튜터링을 하며 나도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느꼈다. 아래는 내가 확실히 체감한 2가지이다.


1. 내가 모르는 부분을 도와드릴 순 없다. 결과물이 꼭 현실적일 필요가 없어 모르는 부분은 상상으로 논리를 채워넣을 수 있던 입시 미술 교육과 달리 튜터링에서 도출되는 프로젝트는 모두 현실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이를 위해 내가 미리 더 많은 과학기술 및 사회문화 데이터를 익혀두고 적재적소에 가이드를 드릴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디자인 프로젝트는 금융, 여행, 보안, 소셜 등 분야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넓고 깊은 지식이 갖춰져야 어떤 분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도 원활한 지도가 가능하다.


2. 답을 유도할 때와 답을 알려줄 때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선 스스로 생각하며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선 옳은 길로 안내해서 '더 중요한 것을 더 많이'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목적이 없는 탐색은 스스로 목적지를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목적이 있는 헤맴은 틀린 길을 다 쳐내 빨리 목적에 도달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튜터의 역할이다. 즉, 수업의 주도성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컨트롤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튜티들이 발표 후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튜티분들이 고생하신 걸 인정받으신 것 같아 정말 뿌듯했다.

발표 너무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 ㅇㅇ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oo님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한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oo는 당장 적용가능해 보이고 유용할 것 같습니다.

멋진 발표와 작업을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과,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듣는데에도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현실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튜터링 발표를 들은 동료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프로젝트가 알고보니 내가 담당한 학생의 프로젝트였다며 정말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비행기를 띄워주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도왔지만, 이미 학생들이 좋은 재능을 갖췄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튜터링 시작 전에도 유의하고 있던 부분이었지만 지적 고양감을 충족하기 위해, 또는 지적 우월감에 도취되어 튜터링을 시작하면 자의식 과잉으로 인해 튜터도, 튜티도 성장할 순 없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이만큼 알고, 튜티보다 더 많이 알고, 나만이 가르킬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무의식적으로 지적 수준을 서열 매기고, 그 순간부터 튜터와 튜티는 일방향적이고 폐쇄적인 관계가 된다. 


내가 전달한 것과 튜티분들이 학습한 것이 얼마나 일치했는지 궁금했고, 튜티분들께도 최종 발표 이후 튜터링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1. 튜터링의 전반적인 만족도


2. 튜터의 전문성과 지식 수준


3. 튜터의 상호작용 및 참여도


4. 튜터링 과정 중 가장 유익했던 부분


5. 튜터링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


발표가 끝나고 많이 바쁘고 정신없었을텐데 내가 개인적으로 제작한 설문까지 성심껏 답변해주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답변들 중 내 튜터링이 확장적이고 거시적인 타입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위에 언급했듯 학생의 성향에 따라 프로젝트의 주도성을 적절히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공고해졌다. 설문을 부탁하길 잘했다.


학생이기에 가능한, 자신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열정적 태도가 인상깊었다. 나 또한 많은 결정이 회사의 입장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엎어지는 환경에서도 진정성있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다음 가르치기는 어떤 경험이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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