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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ul 07. 2024

좋은 공간과 같은 사람

내게 다가설 수 있는


공원에 몇 달 전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다. 산책길에 오며 가며 보았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던 카페였다. 이유는 별다를 거 없었다. 지나다니면서 보기로 꽤 에너제틱하고 인테리어도 스타일리쉬했다. 밖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아 보인 만큼 꽤 멋진 카페였다. 다만 조금 상업화된 느낌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동네 카페에 있어 상업화적인 분위기가 드는 카페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 곳은 대개 다급하게 진행되는 분위기가 있어 평일에 다급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내게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앉아 있으면 왠지 한 시간 만에 일어나야 할 것 같고, 들어오는 다른 손님들을 의식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 편안함이 느껴지는지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멋진 공간은 맞으나 손님에게 편안함까지 주지는 못하는 곳들도 많다. 그리고 나에게는 단골 카페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동네 카페로 성공하기 참 쉽지 않다. 나 같은 손님을 생각하면 하하.


각설하고, 아침 10시쯤 느지막한 산책을 나왔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주말 이 시간쯤이면 공원에 주민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단골 카페는 애견 동반이라, 이미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냥 들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주말 아침인 만큼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산책길을 누비고 싶었다. 흠.. 어디를 갈까. 그냥 들어가기는 너무 아쉽잖아. 그래 저 카페를 한번 가 보자. 모험이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보지 않았던 카페를 동네 주민이다 보니 가볼 기회가 생긴 거였다. 밖에서 보이는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 시간을 갖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대반 긴장반으로 카페 문을 열었다. 왜인지 모르게 새로운 카페를 혼자 갈 때면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든다. 결론적으로 그 공간이 꽤 좋았다. 좋은 공간인지는 대개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공간을 채우는 적당히 경쾌하면서도 차분한 음악과 스태프의 응대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손님들 역시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밖에서 보았을 때 무심코 생각했던 것처럼 빨리 마시고 빨리 나가야 하는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나무톤 의자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렸다. 그 공간에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지켜보았다. 일부러 느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는 기분 같은 거였다. 창 밖을 응시했는데, 그동안 밖에서 안을 볼 때와 안에서 밖을 볼 때가 무척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곳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내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분명 꽤 좋은 공간이었다. 어떤 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골 카페처럼 천천히 내 시간을 가져도 괜찮고, 혹은 그러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삐 진행되는 평일에는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주기가 쉽지 않다(이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단골 카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다가서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늘 시선이 바깥에 있다가도 그곳에 가면 언제나 나의 보다 깊은 곳에 다가설 수 있었다. 이 카페도 마찬가지로 잠시 머무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브라우닝커피 공덕

좋은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좋은 공간은 자신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이것은 아마 의도해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이 경험하는 거니까 말이다.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공간에 있는지에 따라 드는 느낌도 하고 싶은 행동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 잘 되는 것처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한 카페에서는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때로는 의지를 키우는 것보다 있는 공간을 바꾸는 게 더 쉬운 방법이다. 게다가 좋은 공간은 분명 한 고객군만을 타겟으로 삼지는 않는다. 자기 시간을 갖든, 대화를 하러 오든, 아침 시간을 가지러 오든.. 그곳을 방문해 준 사람들을 기꺼이 환영하고 거기서 갖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한다.



좋은 공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할 때 자기 자신이 되어도 괜찮은, 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말이다. 나아가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다른 이들과 함께 더 잘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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