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욕구에서 시작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가 자주 있다. 일상에서 사소한 선택만 해도 그렇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토요일인 만큼 일어나서 산책을 나가고 커피를 마시는 게 기본값이다. 웬만하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가기 어려운 곳들을 가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그곳들은 내게 동네 카페들과 빵집들이다.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리기가 오늘 아침에는 유독 쉽지 않았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했다. 이를테면 공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즐기기, 맛있는 빵 먹기, 책 읽기,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과 들었던 생각 정리하기 등등..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없으면 안 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몸은 하나이기에 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다양한 선택지 역시 때로는 선택을 어렵게 한다. 좋아하는 두세 개의 카페, 좋아하는 빵집의 여러 가지 메뉴.. 결과적으로 토요일 아침에 무얼 할지 정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정해두고 하면 안 되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인지라 그때그때 원하는 게 달라지기도 한다.
토요일 아침이 자유롭다면 무엇을 즐길지 선택하는 일은 어쩌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일지도 모른다. 깊은 곳에 있는 욕구를 꺼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 안에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의 의견에 은근슬쩍 기댈 수 없다. 그러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뭐지?'. 가장 하고 싶은 것, 가장 필요한 것, 가장 먹고 싶은 것, 가장 입고 싶은 것 등. 이렇게 전혀 거창하지 않고 사소한 소재들이 등장하는 사소한 결정이라 언급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스스로 시간의 사용을 결정하는 일은 가장 깊은 욕구에 집중해 보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언제나 좋은 경험이다. 내적 필요를 가장 잘 채워주는 걸 선택하는 연습이 되니 말이다. 잠깐 머리가 아픈 것쯤이야.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좋아하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건 좋아하는 게 많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선택지가 많다는 것도 다행인 일이다. 근처에 좋아하는 장소들이 많다는 거니까. 열려 있는 그곳들에 가면 된다는 거니까.
오늘 결과적으로 평소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산책하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아이스 라떼를 골랐다. 그리고 사 먹는 대신 집에 있는 것들로 간단히 브런치를 만들기로 했다. 재미있는 점은 카페를 나서면서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 라떼만으로도 일상에 작은 ‘변주’가 느껴졌다. 평소와 달리 라떼를 골라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기보다 오늘 아침에 스스로의 니즈를 잘 찾아낸 덕분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작은 평소와 다른 선택이 적절한 변주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든 아침 식사는 사소한 일상에서조차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