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와 거기에 가는 방법을
어딘가로 가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그때 무엇을 타고 갈지를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자동차, 버스, 자전거 등. 그리고 제게는 무엇보다 두 발이 있네요.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켜서 경로를 찾아봅니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걸음으로 30분 정도 되면 고민을 합니다. 걸어서 가볼까? 버스를 탈까? 걸어가기엔 조금 먼 것 같고 날씨도 덥고.. 그래도 주말 오전이니까, 급할 것 없으니까. 마침 요즘 걸음수도 줄었으니 걸어가기로 해 봅니다.
새로운 풍경이 눈에 담깁니다. 6년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인데요. 처음 와본 길도 아닌데요. 걸으면서 보이는 동네 풍경이 문득문득 새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그때그때의 계절, 지나다니는 사람들, 마침 이때 살랑여버린 나뭇잎마저 사실은 늘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거기에는 평소에는 눈에 담아 볼 생각도 없이 빠르게 지나쳐버린 제 모습도 있을 거예요.
때로는 동네에서 실제로 처음 걸어보는 거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주민센터를 뒤로 아파트 단지가 시작되는데, 처음 걸어가 본 곳이라 무척 새로웠어요.
주민센터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음악이 걷는 길에 낭만을 더해 주었어요. 주민센터 근처 벤치에는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들도 보였습니다. 어떤 장소는 더운 여름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줘요.
예쁘게 트인 길목 옆 아파트 단지가 있었어요.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완만한 언덕길이더라고요. 올라와서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니 참 예쁩니다.
주거단지에는 간간히 아담한 카페와 가게들이 있지요. 오늘 아침 목적지이기도 한 베이커리카페가 보입니다. 이런 카페가 있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동네를 걷는 이십 여분 짧은 여행을 한 기분이었어요. 버스를 탔다면 다른 길로 이곳에 도착했겠지요. 제 눈에 담기는 풍경과 느낌도 달랐을 거예요. 저는 오늘 걸으며 발견한 것들이 참 좋았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여정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걸어가기, 자동차를 타기, 자전거를 타기 등.. 운송수단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겠죠. 속도, 비용, 등 많은 면에서요. 미지로 있는 영역들 까지도.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할 테니까요.
천천히 걸어가든 보다 빠른 자동차를 타든 우리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에요. 어떤 목적지에 대해 그때마다 즐거운 선택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