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만드는 남자 │ CONNECTING THE DOTS
나는 지금 종교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걸 보면, 완전 안 믿는다는 것도 거짓말 같다. 모태신앙은 나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사건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종교를 처음 접하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금 다이어리를 만들어서 팔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다이어리를 만들고 싶었을까?
분명 모든 일에는 시작점이란 것이 있다. 나는 그게 참 궁금해서 과거로 과거로 계속 돌아가 보았다.
우리 집은 건축업을 하는 집이었다. 예전에 한 블록이 있으면 집이 다 고만고만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같은 건축업자가 집을 지었을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빠가 하는 사업은 그렇게 잘 되기 시작했다. 땅을 사고 집을 짓고, 우린 그 집으로 이사를 간다. 집이 팔린다. 그러면 그 집 셋방으로 이사를 간다. 이렇게 이사를 간 것이 60번이 넘는다. 큰 집에서 셋방으로 이사 간 횟수를 제외하고 이사를 그렇게 많이 다녔다고 한다.
초등학교 나 역시 그때는 국민학교였는데, 그 당시 책가방과 책 몇 권 옷 몇 벌을 제외하고는 짐을 풀지 않고 이사를 다닌 적도 있다. 그런 유목민 생활의 끝이 났다. 그게 초등학교 2~3학년 시절이다. 유목 생활이 끝났단 것은 아빠의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결과였고,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3층 집을 짓고, 1층은 우리가 쓰고, 2~3층은 월세를 받는 구조였다. 그 집을 지을 당시, 아빠를 따라가서 먹줄을 튕겼던 기억도 나에겐 참 생생한 추억이다. 경상도는 사글세(삭월세X)가 많아서 그 당시 사글세로 집을 세팅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면서 처음 종이에 무엇을 만들었다. 이런 행위 또한 나에게는 어떤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사준 컴퓨터로 오락이나 하고 있었는데, 한글 워드란 것을 켜봤다.
칭찬은 참 무섭다. 어른들이 잘했다고 하니, 마치 내가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은 뛰어나다는 착각을 시작한다. 그냥 A4용지에 손으로 적는 대신 글을 적은 것뿐인데 말이다. 저걸 만들어서 전봇대에 붙이고 다녔다. 그리고 현장에 가야 하는 두 분과 모바일폰이 없던 시절, 집으로 전화 오면 내가 늘 어머님 안 계시는데, 방 2칸짜리는 얼마, 1칸짜리는 얼마라는 걸 전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방이 나가면 또 칭찬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니 참 웃긴 일이다.
아빠의 사업이 계속 잘 되었다. 주변에 아저씨들이 아빠를 사장님이라고 따르고, 잘 보이려고 나에게 용돈도 주신다. 지금 생각하니 업체들이 경쟁하며 서로 친해지려고 했던 것 같다. XX유리삼촌, XX샤시삼촌, XX페인트, XX지업사이모, XX타일삼촌 그렇게 갑자기 삼촌과 이모가 많아졌다.
첫 번째 우리 집을 짓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 1~2년 만에 세팅이 되었다. 전체는 월세가 나오는 집들이 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만 다니다가 갑자기 여유가 있는 집이 되었다. 집에 공사현장에 다니던 포터도 있었지만, 승용차도 있고, 승합차도 생겼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이지만 지갑에 만원짜리 지폐가 항상 많았고, 친구들과 무언가를 사 먹을 때는 그냥 내가 사주는 경우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경제적 자유를 그때 누렸던 것 같다. 나는 아니지만 우리 부모는 그 당시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금의 여유가 분명 많았다.
교회를 개척한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모태신앙이다. 그래서 환경 자체가 교회에서 성경책을 보면 달란트 받고 기뻐했던 수준의 아이였다. 그런데 부모님은 좀 남달랐다. 교회 장로님이고 엄마는 교회 권사님이다. 요즘은 30~40대에 자녀를 가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당시 늦둥이였고 우리 부모님은 다른 부모님들보다는 연세가 많은 편에 속했다. 나는 어렸는데 부모님은 장로님, 권사님 이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날 교회를 개척한다고 한다. 그렇게 아빠, 엄마, 나 3명이서 교회를 만들고 시작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스타트업과도 비슷하다. 나는 뭐 자리만 채우는 수준이었는데, 교인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어느 순간 교인이 30~40명 정도로 늘었다. 그리고 나의 첫 미션이 시작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렇게 교회 주보(교회 예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눠주는 예배 안내 및 소식이 적혀 있는 종이로 일요일마다 나눠주는 것)를 만들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그때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초등학생에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워드의 툴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토요일은 교회 주보를 만들어야 했다. 첨에는 모든 게 참 어설프다. 그런데 교인이 적으니 용서가 되었던 것 같다. 하다 보니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다른 큰 교회 주보를 구했다. 모방하고 따라 해 봤더니, 점점 비슷한 퀄리티가 나온다. 그렇게 난 몇 년간 교회 주보를 토요일마다 만들게 되었다.
내가 이 주보를 만들기 위해 했던 집착들이 지금 내가 하는 업무, 일과 연관이 된다. 사실 좀 신기하기도 하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사실 비슷하게 일을 한다. 지나고 보니 돌아보니 주보를 만든 사건은 내가 지금 다이어리를 만들게 된 아주 중요한 사건이자 시작점이 되었다.
내가 지금 다이어리를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이다. 분명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스티브잡스의 스탠퍼드 연설문 첫 번째 이야기 CONNECTING THE DOTS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잡스는 대학을 자퇴를 했고, 서체(calligraphy) 강의를 들었다. 그때 배운 것이 실직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을 할 때, 빛을 발했다고 합니다.(it all came back to me).
Again, you can't con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ik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Connecting the dots 분명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 경험들은 지금의 자신을 만듭니다. 배움이 있을 때, 꼭 잘해야 하거나 완벽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네요. 모든 사람들은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조금 돌아보면 조금 못해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 도움이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배움에 경험을 쌓는데 조금은 솔직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즐기며 해보세요. 언젠간 미래의 나에게 그 사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배움과 경험에도 의미를 부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