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가
저 멀리 버스가 지나간다.
아침부터 밖으로 나와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욕이었다. 근데, 난 누구에게 욕을 한 것일까?
지나가는 버스 운전사 아저씨에게 나 지금 길 건너 있는데 왜 모른 척 먼저 가시냐고 욕을 한 것일까?
오늘따라 더럽게 바뀌지 않는 저 횡단보도 신호등을 욕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나올 때, 엘리베이터가 바로 오지 않은 것에 욕을 해야 하나? 마스크 챙기느라 잠시 멈칫했던 1~2분의 시간을 그러면 코로나에게 욕을 해야 하나?
버스를 한 번 놓친 것으로 내 인생의 타이밍은 왜 이 모양일까?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음에도 나는 나에게 욕을 했다. 버스를 기다리니 내가 타아야 할 버스 15분 남았다. 유튜브 좀 보고 있으니 5분 남았다. 그리고 버스를 탄다. 시간 약속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여유가 있었는데, 난 괜히 나의 계획에 차질이 왔다고 화를 낸 것이다.
그냥 욕도 안 하고 여유 있게 기다릴 것을, 아쉽고 짜증 날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냥 다음 버스가 내가 타야 할 버스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을 나는 몰랐다. 괜히 이유도 모른 체 나에게 짜증만 냈다.
다음이 없는 게 아니었는데, 마치 다음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중요한 약속시간에 늦었다면 그 역시 내가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 나머지는 문제가 아니다. 변수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모든 결정은 내가 했고 내가 실수한 일이다.
지금 당장 타야 하는 버스도 있고 다음 버스도 있다. 그리고 그다음 버스도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여유 속에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계획적인 삶, 짜인 삶에 익숙하다 보니 실수가 두렵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해진다.
오늘 던졌던 그 욕은 나에게 늘 관대한 나에게 한 욕이다. 굳이 할 필요 없는 것을 했다. 대신 무언가를 배웠다. 그냥 내 속도에 맞는 나의 방향에 맞는 그런 버스를 타면 더 좋지 않을까?
너무 지쳤다 싶으면 급하게 나서지 말고 잠시 멈추고 돌아도 가보고 천천히도 가보고 멈춰도 보자.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