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다가오면 우울해지곤 한다. 연말이면 '올해도 이렇게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 없이 흘러가는구나' 하고 센치해지는 것처럼. 매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김수연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다짐해보지만 정신 차려보면 얼레벌레 4개월이 훌쩍 지나있다. 그러다 5월 내 생일 즈음에 '다시 태어나려면 생일에 다시 태어나야지' 하며 또 한 번 뉴 김수연을 꿈꾼다. 물론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나를 가장 좋아하지만 동시에 가장 혐오한다.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났지만, 아마 나는 이번 생일에도 여전히 같은 나일 것이고 어김없이 나를 미워할 것이다. 숫자에 별별 의미를 다 부여하는 사람이니, 만 30살이 되는 올해 생일은 특히나 그 정도가 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고, 그래서 늘 불안하다. 자기 연민에 중독돼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안하고 나약하고 가엾은 나 코스프레에 빠져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