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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건축가 Feb 24. 2023

독일에서 하는 여섯 살 생일

엄마는 비건 파티셰


아침은 가족들과의 생일파티! 이 날을 위해 나는 비건 파티셰로 새로 태어났다! 딸의 취향과 아들의 식성을 반영해, 핑크 비건 케이크 보덴을 굽고, 비건버터와 비건 크림치즈로 비건 프로스팅을 만들어 번갈아가며 쌓았다. 발레리나가 꿈인 딸을 위해 발레리나 피규어를 올리고 주위에 장식을 두르면 완성! 율이 자리 뒤 벽에는 숫자 6 풍선과 가랜드를 달았다. 식탁엔 한국식으로 미역국과 잡채까지. 촛불을 먼저 끄려는 민이를 저지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율이를 한글학교에 보내고, 남편과 민이가 장 보러 간 사이, 나는 오후에 있을 아이들 초대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비건 초코 케이크, 과일 초코 퐁듀, 비건 바나나 머핀을 준비했다. 율이의 페이보릿 감자튀김모양 하리보, 스테디셀러 잘쯔슈탕에도 올렸다. 아이들 자리마다 하트 모티브의 세비에트와 접시, 포크, 컵, 카프리썬을 세팅하고 초코버튼으로 꽃모양을 만들어 데코 했다. 작년에 쓰고 남은 헬륨가스로 풍선을 채웠다.


놀이 준비도 미리 해 놓아야지. 오늘의 놀이는 네 가지다.


1. 요정 마술봉 찾기. 컨셉을 잊지 말자. 요정! 그래서 거실과 놀이방에 마술봉을 숨겨두었다.

2. 과자 따먹기. 종이끈에 브레첼 과자를 매달아 두었다. 벽에 붙여두니 그 자체로도 예쁘다.

3.Topf Schlagen 토프 슐라겐. 독일의 생일 전통 놀이. 뒤집은 냄비 아래 작은 선물을 숨겨두고 눈을 가린 아이가 막대를 들고 돌아다니며 냄비를 찾는 게임. 선물은 츄파춥스에 꽃잎을 끼워 준비했다.

4. 오늘의 하이라이트. 요정가루 볼. 유리병에 글리터를 넣고 물과 글리세린을 넣는다. 뚜껑을 닫고,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로 장식하면 끝.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이 날을 위해 신발장 옆 옷걸이도 싹 치워두었다. 선물은 준비해 둔 어린이 책상 위에 모아두었다. 아이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케이크를 시작했다. 생일자인 율이가 아이들에게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독일어와 영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껐다. 율이보다 두 살 많은 A의 응원을 받아 여섯 개의 초를 모두 다 끌 수 있었다. 준비 한 음식 중 과일 초코 푸딩이 인기 1등이었다.


그리고 생일 선물 푸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놀이를 하려는 걸 요정봉 찾기로 겨우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작년 율이 생일파티 테마는 유니콘이어서 유니콘 머리띠 찾기를 했었다. 색이 다 달랐는데, 찾은 사람이 그 머리띠를 갖더라. 이번엔 찾은 요정봉을 모두 하율이가 모은 후 서로 합의하에 나눠 가졌다. 그리고 과자 따먹기와 토프 슐라겐을 하고, 요정가루볼을 만들었다.


여덟 종류의 글리터가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 하겠다고 싸우진 않을지, 쏟진 않을지 걱정이 좀 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주 평화롭게, 서로 바꿔가며, 원하는 걸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며 유리병에 담았다. 입엔 츄파춥스를 하나씩 문 채로. 뚜껑 장식도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꾸몄다. 이 액티비티가 가장 좋았다는 후기였다. 율이가 만든 걸 나도 집에서 종종 흔들어본다.



준비한 건 다 끝났는데, 아이들이 뭐 더 없냐고 묻는다. 이럴 땐 밖으로 나가는 거다! 여섯 살이 되니까 스스로 옷을 입어서 나가는 게 훨씬 수월했다. 오늘 만들고 받은 것들을 각자 작은 쇼핑백에 넣었다. 일종의 구디백이다. 손잡이에는 풍선도 하나씩 매달았다. 밖으로 나가니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아서 한다. 다른 유치원 아이도 있었고, 남자아이도 있었고, 유치원의 다른 반 아이도 있었는데, 따로 또 같이 시간을 잘 보냈다.



월요일엔 율이 유치원에 머핀을 들려 보내야 한다. 초코 머핀 위에 초코 코팅을 하고 나비로 데코 한다. 이것도 율이가 정확하게 요청한 레시피다. 모두 비건으로 만들어 민이 도시락에도 하나 넣어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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