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생일파티
어렸을 적 내 생일엔, 엄마가 거실에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주면 알아서 먹고 놀다 갔던 것 같은데(물론 엄마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독일은 아이들 생일파티를 제대로 한다. 이 말은, 컨셉부터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장 다르고, 또 중요한 것은 생일 당사자인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다.
수년간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초대한 경력으로 율이는 생일 한참 전부터 자기 생일파티를 기획한다. 이번 여섯 살 생일파티 컨셉은 요정이다. 옥토넛을 좋아해 옥토넛 컨셉으로 할까 고민했지만, 독일에는 옥토넛 탐험대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것 같아 요정으로 정했다. 물론 하율이가. 초대할 아이들도 하율이가 고른다. 나는 인원수만 정해준다. 여섯 살 생일이니 여섯 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초대할 아이들을 리스트업 하고 한 달 전쯤 미리 연락해 그날 시간을 비워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초대장까지 같이 나눠주면 좋지만, 게으른 엄마는 생일 날짜가 임박해야 일하는 편이라 일주일 정도 전에 나눠준다. 초대장 스타일도 하율이가 고른다. 이번엔 도화지를 조개껍질 모양으로 잘라 반짝이 풀과 스티커로 장식하기로 했다.
한국식 생일파티에는 음식이 중요하다. 아이들 생일파티는 보통 주말 2시에서 5시까지 한다. 음식은 생일 케이크 하나와 간식 위주로 준비하면 된다. 핀터레스트와 구글에서 ‘요정 생일파티 Feen Geburtstagsparty’로 검색하면 블로그에서부터 이미지까지 다양한 소스들이 있다. 그중에서 일단 내 마음에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모은 후 아이에게 보여 준다. 율이는 나비 장식이 있는 머핀에 꽂혔다. 하지만 이건 유치원 용이란다. 생일인 아이는 유치원에 먹을 걸 들고 가기 때문이다. 주로 크림이 올라가지 않은 머핀을 가져온다. 집에서 하는 생일파티에는 초코케이크로 하자고. 네네, 그럽죠. 그 외에 콘페티 팝콘, 츄파춥스 꽃을 골랐다. 여기에 음료, 잘쯔슈탕에 Salzstange 등을 곁들이면 식탁 준비는 끝.
다음은 액티비티이다. 독일식 생일파티는 사실 액티비티가 더 중요하다. 작년 율이 생일파티 테마는 유니콘 이어서, 생일파티 시작 전에 뒷마당에 숨겨둔 유니콘 머리띠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요정봉을 숨겨달랜다. 손님은 주로 여자아이들이라 만들기를 하나 꼭 넣는다. 이번엔 스노우볼을 만들 예정이다. 요정가루Feenstaub를 넣은. 요정 헤어밴드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야겠다. 율이는 토프 슐라겐 Topf Schlagen, 혹은 블린데 쿠 Blinde Kuh 라고 하는 게임을 하자고 했다. 독일 아이 생일파티에 가면 꼭 하는 게임인 거 보면, 생일파티 용 전통 게임인 듯하다. 엎어 놓은 냄비 안에 작은 선물을 넣고, 반대편에서 눈을 가린 아이가 막대기를 들고 냄비를 찾는 게임이다.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와 냄비와의 거리를 온도로 알려준다. 가까워지면 ‘따뜻해 warm’, 멀어지면 ‘차가워 kalt’인 식이다. 아, 그리고 과자 따먹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건 어디서 본거지?
먹고, 만들고, 생일선물 열고, 장난감 가지고 놀다 보면 세 시간이 후딱 지난다. 다섯 시쯤 되면 부모들이 벨을 누른다. 집으로 가는 아이들 손에는 오늘 만든 것들과 달달이가 들어있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있다.
생일 당사자 포함 일곱 명의 아이들을 세 시간 동안 나와 남편이 놀아 드리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엄청 긴장 됐는데, 이제는 준비를 즐기게 됐다. 율이의 여섯 살 생일파티가 2주 남은 지금, 되어 있는 건 초대할 아이 엄마에게 시간 비워두라고 연락한 것뿐이다. 초대장 만들기와 재료 주문을 하고, 다음 주에는 얼추 준비를 갖춰 놓아야 그다음 주에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아마존과 이데idee를 넘나들며 장바구니를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