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서 자유로워진 이제야...
아이들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고 여전히 경제. 사회. 종교적으로 얽매여 살다 보니 날짜를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결국 한 부부가 도저히 날짜를 맞출 수가 없어 패키지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바꾸게 되었다.
일정이 정해지고 나서는 여행지 물색에 나섰다.
의견일치가 어려운 고집 센 꼰대 세대 4명이 쉽게 합의점을 찾았다. 하나같이 비행시간이 짧은 곳을 원했기 때문이다. 카톡 투표로 비행시간 4시간대의 필리핀 세부로 정했다.
필리핀 세부는 자연환경도 물론 좋았지만, 왜 경기도 세부시라고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여행객들의 불편. 불만이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된 서비스에 충분히 만족하였고, 이에 대한 약간의 추가비용은 기꺼이 받아들일만했다.
자유여행이다 보니 호핑투어, 해양스포츠, 식사, 마사지, 쇼핑, 교통 등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의 굵직한 일정은 Klook이나 KKday에서 예약하였다. 인터넷 카페나 로컬 금액보다 비싸기는 했지만, 예약취소 등의 유연성과 무엇보다 그동안 쌓인 신뢰로 주저 없이 예약하였고, 모두 차질 없이 잘 진행되었다.
일정계획표는 단톡방에 수시로 업데이트 버전을 공유하였는데, 처음에는 몇 몇 이서 입을 대더니만 나중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
나보다 더 강한 J는 없었다.
나는 이 일정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로 동기회 종신회장에 추대되었고, 뭔가 싸한 느낌과 워낙 손 많이 가는 친구들이라 수락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이번 여행의 1인당 예산은 123.2만원으로 책정하였다.
럭셔리하지도, 짜게 절약하지도 않게 실사용한 금액은 1인당 109만원이다.
항공예약은 변경. 취소 수수료가 커서, 일단 예약하고 나면 그 날짜. 기간. 장소에 가야만 한다. 여행의 설레임은 항공예약을 마치면서부터 시작된다.
스카이스캐너를 통해서 저가 항공과 가격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오전 출발이며 수하물 15K와 기내식이 포함된 필리핀 항공으로 예약했다.
예약하고 보니, 필리핀 항공의 지연출발에 대한 불만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지만, 우리 비행기는 지정시간에 잘 출발하고 도착했다.
막탄지역에는 쉐라톤, 샹그릴라, J-park, 플랜테이션베이 등 5성급의 좋은 리조트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박당 35만원~45만원으로 부담스러웠다.
우리의 선택은 The Reef Island Resort였다. ‘22년 개장한 신상으로 깨끗함은 보장된다고 판단했고, 인피티니 풀, 전용해변 및 친절한 서비스 등 후기가 좋았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박당 23만원이여서 아고다를 통해서 예약 무료취소 옵션으로 주저 없이 예약하였다.
비수기여서인지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가격이 내렸고 무료 취소하고 재 예약하는 형태로, 결국 디럭스 룸을 조식포함 박당 18.4만원에 예약할 수 있었다.
호텔은 무엇보다 기대했던 대로 정갈하였고, 룸에서 보이는 Sea View 등 여러 후기처럼 만족스러웠다. 조식도 나쁘지 않았고 보통 제공되지 않는 망고를 아침부터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J-Park 리조트 옆 해변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멋진 Sea View와 특이한 음식들이 예쁘게 플레이팅이 되어서 나왔다.
세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서 우리나라에서 기대했던 바다와 음식을 만끽했던 곳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세부에서 유명한 알리망오 게를 먹어보려고 선택하였다.
픽업차에서 2인 1게만 하자고 합의를 하였지만, 몸은 무거운데 생각이 가벼운 한 친구가 갑자기 1인 1게를 주장하면서 알리망오 4인세트를 2개 주문했더니 가격이 상당하다.
맛은 있었지만 게를 해체한다고 힘들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게를 제외한 후기가 좋은 단품 위주로 넉넉하게 주문하였는데, 가격에, 맛에, 플레이팅에, 서비스에 모두 만족하였다.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나에게 예전 호핑투어는 어린 아이 2명과 와이프까지 눈으로 내내 따라다니느라 스노클링을 즐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부부당 전담직원 1명의 계속 같이 다니며 아내를 보살펴주어서, 제대로 스노클링을 즐기고 왔다.
친구부부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
스노클링은 각자 장비를 구입해서 가는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남이 물었던 것을 다시 물어야 하는 것은 찝찝하다. 장비는 초보라면 풀페이스도 괜찮은 선택이다.
또, 스노클링을 처음 한다면 전날 호텔 수영장에서 스노클링 연습을 하고 가야 한다. 특히 물을 뱉어내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
멀미에 약하다면 멀미약은 꼭 복용해야 하고, 긴 팔. 다리 래시가드(후드형 추천)와 선블록은 목덜미와 귀 등 빠지기 쉬운 곳까지 꼼꼼히 발라야 한다.
제트스키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탁 트인 바다를 직접 운전해서 달리게 해 주었다. 처음이어서 무섭기도 하고 출렁이는 물결에 부딪치는 충격을 꽉 잡은 손으로 다 받았더니, 속도 35(속도계 단위가 Mile/Hour?)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다.
바나나보트는 평이했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되는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는 패러세일링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세부 내에서 8명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할 때가 고민 거리였었는데 주로 픽업/드롭 서비스를 활용하였고,
하루는 기사포함 10인승 밴을 8시간 임대하여 쇼핑센터, 관광지, 로컬시장 등을 돌아다녔다.
택시 1대 이상의 인원이 자유여행을 가면 동선계획에 고민이 필요하다.
처음의 계획은 트래블월렛으로 가능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현지화는 팁정도로만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았지만, 대신 국내은행 입금이 가능해서 편하게 거래했다. (환율 1PHP=25원)
트래블월렛에 남아있던 환전한 현지화는 다시 원화로 손쉽게 환전이 된다.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블로그 글에서 보면 100PHP~200PHP정도를 권장하였다.
가벼운 서비스에는 100 PHP 정도만 하였고, 장시간이거나 직접적인 교감이 있는 마사지, 액티비티, 차량기사 등에게는 200~300 PHP 정도로, 짜게 굴지는 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