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의 일이다. 소망이는 도리를 찾아서라는 영화는 매우 좋아한다. 한국에 대본을 거의 외웠고, '원어로 감상해야 제 맛!'이라는 엄마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 영어로도 곧잘 들으며 뜻을 유추하거나 한국어와 영어의 미묘한 억양 차이를 가려내곤 한다. 그런데 아직 도리를 찾아서는 *화면 해설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소망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화면 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즐기고 싶다는 의견을 나에게 표명했다. (7세의 나이로...) 그래서 약속을 해버렸다. 엄마가 화면을 보고 해설을 입혀서 소망이가 들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짧더라도 꼭 해주겠다고 약속한 게 목요일의 일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너무 바쁘다.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대학원 공부도 하고 있는 중이고, 곧 다가올 시험도 대비해야 하는 이 마당에 내가 약속을 해버렸다. 약속은 지켜야지! 를 항상 가르치고 있는데, 약속을 못 지키면 안 된다. 그렇지만 목요일은 진짜 바빴다. 오전에 하고 출근을 했어야 했는데, 이미 출근 이후 그리고 퇴근하고 나서야 내가 약속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 도리 화면 해설 만들었어요?"
"..."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건데 못 해오면 어떻게 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소망이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정말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유치원에 가서도 온종일 자랑을 했었다고... 다만, 담임 선생님께서는 워킹맘인 나의 상황을 미리 예견하셨는지, 엄마가 바쁘시면 주말에라도 해주실 거니깐 못 해주셔도 괜찮은 거야!라고 말해주셨다고 한다. (감사하다.) 그렇지만, 이미 내 아들은 울고 있다.
나는 또 약속을 한다.
"소망아. 엄마가 진짜 내일은 꼭 해줄게."
그리고 금요일 아침에 도리를 보면서 설명해 주고 싶은 것을 쓰고, 그리고 내 목소리를 입혀주었다. 딱. 4분. 그래도 아들이 듣고 좀 아쉬워했지만, "엄마~잘하네!"라고 칭찬해 주었다.
소망아! 엄마도 직업이 있는데, 갑자기 화면 해설 작가 공부도 해야 하는 거니?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어린이용 화면해설 방송이 없으니 엄마가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얘기하고 유치원에 등원하신 아들! 엄마가 전업은 힘들어도 가끔은 너에게 열심히 해설해 줄게^^
*화면 해설 서비스란?
시력이 약하거나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TV 스크린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디오의 상황을 말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
[Descriptive Video Service, 畵面解說-] (IT 용어 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