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요즘 내년에 입학할 초등학교에 가서 보행 훈련을 받고 있다. 일전에 가족들과 함께 참관을 했던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선생님과 짝짜꿍이 잘 맞아서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배울 것들을 잘 배우고 있었다. 아직 점자도 서툴고 아직 한국 나이로 일곱 살이다 보니 지팡이 보행법이 익숙할 리는 없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째 케인으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조심스레 터치해 가면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던 아들이 대견하다. 상부 보호, 하부 보호도 때에 따라 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제법 보행교육받은 티를 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정말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보고 싶었는데, 찾기 힘들 현실에서 인터넷도 뒤져보고 책도 사서 공부하고 알려준다고 알려줬는데도 역부족인 부분이 많았다. 너의 시각의 닫힘으로 인해 오는 이동의 어려움이 너에게 너무나 큰 불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보행이란 것을 붙잡으려고 애썼는지 모른다.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그런데 아들이 요즘 학교에서 보행연습을 하는 것을 조금은 힘이 들어한다. 내 아들 아니랄까 봐.. 주변에 대해 신경도 많이 쓰고 새로운 것에 대해 긴장도가 참 큰 아이다. 그런데 요즘 보행 교육을 받다 보면 큰 형아, 누나들이 자기를 보는 거 같아서 창피하기도 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얘기를 하는 거다. 뭐라고 답변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참 많이 된다.
"소망아~너 만화 볼 때 예고편 나오면 보니 안 보니?"
"당연히 보죠."
"지금 네가 학교에 가서 미리 보행연습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 보기 전에 보는 예고편 같은 거야. 이제 내가 이 학교에 다닐 거예요. 그러니까 형아 누나 재밌는 일들이 많이 펼쳐질 거니까 예고편 보고 제가 오면 즐겁게 맞이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그러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만. 형아 누나가 예고편 또 보고 싶어질 것 같은데?"
"그런가?"
아들이 이해가 간 것인지 아닌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연습을 즐거운 일로 여기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나도 아들도 모르지만, 그것을 긍정적으로 잘 헤쳐나가길 바라본다. 맨날 바라기만 하면 안 되지... 오늘부터 기도를 좀 더 빡세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