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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을다해 May 29. 2019

9. 특성화고 학생의 부모님들께

특성화고 학생들의 부모 마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정해져 있는 답이지만 특성화고 학생을 둔 부모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합니다.]


아직 어린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안 간다고 선언을 하거나,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업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그래도... 좀 당황스럽긴 할 거야...'

나의 자녀들이 훗날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마음속으로 많이 되새긴다.


나의 주변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자면,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고, In Seoul 대학교, 또 그중에 SKY 졸업해서 대부분의 경우는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승진을 하고 중요 보직을 맡아 일을 하고 있으며 마흔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피곤하며, 불만을 늘 품고 있지만 순응하며, 작은 탈출구를 언제나 갈망한다.

반면, 특성화 고등학교 나온 주변의 친구들은 어떠할까? 별반 차이가 없다.

대학을 나왔다고 모두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고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 못하는 것도 아니다. 

 즉,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삶 자체가 고되고 늘 불만족스러우며 행복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일부러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은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첫째, 학교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고득점 학습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둘째, 공부가 재미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셋째, 지적 호기심이 없어서 공부에 소질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학교에서 상위 10%의 아이들만 저명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90%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또, 특성화 고등학교를 준비 중이거나 재학 중인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응원할 수 있을까?


첫째, 아이들을 부끄러워 말자.

우리 아이가 특성화고를 보낼 수 없는 이유가 동네 창피해 서가 아닌가?

남 부끄러워서 특성화고 보내 놓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아이가 다치거나 열이 펄펄 끊어서 응급실로 아이를 옮기면서 부모들은 온갖 생각을 다한다.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기쁨이다.

정말 아이들이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해서 소중한 것이 아님을 다 알지 않은가?

특성화고를 다녀서 '부끄러운 너'가 아닌 그냥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로 아이들을 대했으면 한다.

정말 고귀한 '너'라는 사람이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뿐이다.

나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 아이의 모습을 대할 때 '대졸' '억대 연봉자'가 의미 없지 아니한가?


둘째, 번듯한 사회 구성원이 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은 일단 접어두자.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성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아이만 공돌이, 고졸일 것이고, 대기업에 원서 조차 못 넣을 것이고,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하므로 좋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 또 한 번의 신분 상승의 기회를 놓칠 것이고 결국 불행해질 것 같은 슬픔 예감이 부모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뭐 해 먹고살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평범한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선망하는 "그들만의 리그" 참여를 위한 드라이브를 가했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늘 접해왔다. 아이들의 롤 모델은 어느 유명인들과 같이 특정 재능과 노력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경우가 아닌, 평범한 부모 자신이다. 자녀들이 평범하고 잔잔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셋째, 아직 연습경기도 안 뛴 아이들을 기다려 주자.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원인 "공부가 재미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본인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현재 전일제로 공부를 하고 있고, 같은 학교 동창들도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 '대학'이라는 곳을 졸업하였다.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아이들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인이 꽂히는 분야에 맛을 들이면 더 알고 싶고 자연스레 공부가 하고 싶어 지게 된다. 대학이라는 곳이 취업 양성소가 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마음 아프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처럼 오히려 전문 분야를 먼저 접하고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학문 본연의 맛을 알게 된다.

 아직 삶의 연습경기도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패배자의 모습을 투영시키지는 말자.


넷째,  인생 자체가 모험이기에 나쁘게 생각 말고, 믿고 양보하자.

 만약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는 아니가 지속적으로 강하게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믿고 양보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본인은 생각한다. 

 특성화고 진학을 원하는 아이에게.

 "정말 가고 싶어? 대학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그럼, 좋아. 엄마 아빠가 응원해 줄게, 대신에 부탁 하나만 하자. 난 네가 대학은 갔으면 좋겠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대학 진학도 생각해 줄래?"

 이런 식으로 화끈하게 응원하고 살짝 부모의 바람을 얹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중간한 성적으로 등 떠밀려서 대학을 진학해서 아이가 행복할 확률, 그나마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일찍 공부해서 나중에 대학 가서 행복할 확률. 어느 쪽 확률이 더 높은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답은 정해져 있듯이, 아이들을 믿고, 혹시나 넘어졌을 때 살짝 일으켜 세워 주고 전적으로 응원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다섯째, 나쁘게 물들지 않을까 염려도 일단 접어두자.

 최근 들어 어려운 문제임에 분명하다. 우리 아이가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공부에 소질이나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집단인 특성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자칫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것이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일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까지 말이다. 본인이 14년 큰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바로는, 학교보다 직장에서 못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공부의 목적이 조금이나마 분명한 아이들이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더욱 재미있는 학창 시절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아직도, 공부했던 기억보다 봄이면 교정에서 친구들과 벚꽃을 등지고 찍은 사진들, 늦게까지 남아서 환경 미화하면서 교실에서 라면 먹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낭만은 특성화 고등학교 아이들이 더 많이 누릴 것이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라 미래의 나의 모습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종종 한다. 그중, 내가 마주해야 할 상황에서 첫 질문 들을 머리에 기억시키고 있다.

 첫째, "넌 커서 뭐 할래? 무슨 직업?"이 아닌, "넌 뭐 할 때 행복하고, 밤을 새도 안 피곤 하니?"

 둘째, 대학을 가겠다는 경우, "무슨 대학 가고 싶니?"가 아닌, "어떤 분야를 전공하고 싶니?"

 셋째, 대학을 안 가겠다는 경우,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니?"가 아닌, "그럼 아빠,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넷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뭐 하는 사람이니?"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니?"

 다섯째, 따돌림이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경우..... 이것은 아직 많은 조언과 배움이 필요하다...


맘을다해 드림 withyoum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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