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모두가 외치는 브랜딩,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번에 내가 아는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는데… 브랜딩 좀 해줄 수 있어?”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간혹 듣는 요청이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브랜딩 좀 간단히 해줄 수 있어? 그렇게 들어오는 열에 아홉을 잘 들여다보면, 브랜딩이 아닌, “로고 디자인”을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일 때가 많다. 하지만, 브랜딩 = 로고 디자인이 아니다. 물론, 브랜딩의 과정 안에 로고 디자인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로고 디자인이 브랜딩의 전부가 아니기에, 그것만 딱 떼어놓고 진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제대로 된 브랜딩을 진행한다는 가정 하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며, 브랜딩은 로고디자인이 아니다.
그럼 브랜드는 무엇일까?
브랜드는 로고도, 네이밍도, 프로덕트도, 회사의 미션도, 슬로건도 아니다. 좀 더 쉽게, 사람으로 비유해 보자. 홍길동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그의 외모도 그는 아니다. 그의 성격도 그가 아니다. 하물며 그의 옷차림, 말투도 그의 전부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은 홍길동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사람들에게 ”홍길동은 어떤 사람이야? “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많은 것들이 있다. 앞서 말한 그의 이름일 수도, 외모일 수도, 말투일 수도, 성격일 수도, 혹은 음악 취향, 향수 스타일, 옷 스타일 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홍길동이라는 사람에 대한 perception(인식)이 나온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혹은 차별화 되게) 느끼는 "인식"이 바로 브랜드이다.
그럼 브랜딩은 무엇일까?
결국 Branding = Brand + ing에서 나온 단어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뉴욕 School of Visual Arts, Branding 석사 과정의 학과장이자, Design Matters 팟캐스트로 유명한 디자이너 Debbie Millman은 브랜딩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Branding is a process of meaning manufacture. You manufacture meaning through deliberate differentiation. Deliberate differentiation is the process of intentional strategic positioning. Strategic positioning is a journey. So your brand is the result of that journey of strategic positioning. Then what is strategy? Michael Porter from Harvard Business School said "Strategy is choosing to perform activities differently or to perform distinctly different activities than rivals."
브랜딩이란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의도적인 차별화를 통해 의미를 생산해 낸다. 의도적인 차별화란 의도적인 전략적 포지셔닝의 과정이다. 즉, 당신의 브랜드는 전략적 포지셔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전략은 무엇인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포터에 따르면 "전략이란 경쟁사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혹은 아예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데비 밀먼이 말하는 브랜딩은 "차별화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Brand Gap의 저자로 유명한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Marty Neumeier는 브랜딩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Brand is not a logo, not a product, not a promise, or not an impression. A brand is a result. It's a customer's gut feeling about a product, service, or company. It ends in their heads and hearts. A brand is a reputation.
브랜드는 로고도 상품도 회사가 거는 약속도 인상도 아니다. 브랜드는 고객들이 상품, 서비스 혹은 회사에 대해 느끼는 직감의 결과물이다. 그들의 머릿속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는 평판이다.
마티 뉴마이어가 말하는 브랜딩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평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Building a StoryBrand의 저자 Donald Miller가 정의하는 브랜딩을 살펴보자.
Branding establishes why behind the brand, it establishes a look and feel, a positioning, and a differentiator in the marketplace. And all of that combines is the beginning of the branding.
브랜딩은 브랜드가 있어야 할 이유를 확립한다. 또한 시장에서의 룩앤필, 포지셔닝, 차별화 모든 것을 확립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친 것이 브랜딩의 시작이다.
도날드 밀러가 말하는 브랜딩은 "브랜드가 있어야 할 이유를 확립하는 것"이다.
세 명의 저명한 브랜드 전문가의 브랜딩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았을 때, 브랜딩은 확실히 눈에 보이고 눈에 잡히는 유형의 존재는 아니다.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도 아니며, 카피라이팅도 아니다. 브랜딩이란, 그 대상이 존재해야 할 분명한 차별점을 확립하여, 수많은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그 대상의 존재 이유를 만드는 것이며, 그것을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브랜딩은 단순히 대상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정도가 아닌, 그것이 세상에 어떻게 보일지까지를 고려하여 이를 끝없이 확인하고 다듬어가며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의 과정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브랜딩이란 대상이 있어야 할 존재 이유 및 가치를 만들고, 그만의 방식으로 소통하여, 공감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Branding is a process of creating a reason and value to exist in the market, communicating them in its own way, and being resonated by customers.
이전에 생각한 브랜딩은 대상의 가치와 관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을 통해 정리하다 보니 브랜딩은 단순히 그 앞단의 일(제작의 일)만이 아니었다. 내가 어떠한 대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 또한 같은 결로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그 소통의 과정과 공감의 결과, 즉 브랜드와 고객의 상호작용 또한 브랜딩의 일부가 된다.
브랜딩은 결국 일방향이 아닌, 쌍뱡향(상호활동적) 과정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앞으로 브랜딩을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면, 우리는 당당하게 로고 디자인만이 아닌, 브랜드 설립 전체를 말하는 것이 맞는지 한번 더 체크하고, 그 전체에 대한 의뢰를 받아야 한다. 가치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며 공감을 얻어내는 과정은 단순히 로고 디자인, 미션 설립, 네이밍 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