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OK, 술 마시면 까진 여자?

보스니아 사라예보 한 달 살기 하는 중

by 노빠싸나다

보스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손꼽히는 국가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인지 오기 전에 걱정을 좀 했습니다. 이슬람+보수적인 나라에선 여자 여행객들을 유난히 성적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선 별로 못 느꼈어요!) 중남미도 약간 그렇기는 하지만, 중남미에서는 모든 여자들에게 다 그러는 반면, 어떤 나라들에선 외국인 여성에게만 유난히 그럽니다. 보호받아야 하는 정숙한 자국 여성과 개방적이라서 재미를 볼 수 있는 외국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잣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외로 보스니아에선 그런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여성들의 옷차림도 서유럽과 그다지 다를 바 없고, 눈빛으로 옷 벗기는 것 같은 그런 더러운 기분이 든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사귄 대부분의 보스니아 친구들과 대화 시 이질감을 느꼈던 적도 많이는 없고요.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바라보면 사실 문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외국인 모임 등에서 만나는 보스니아인들이 보스니아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요. 어딜 가나 외국인들과 더 많이 어울리는 자국민들은 예외적인 존재다 보니, 모임에 나오는 현지인들만 만나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잘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짧게 있다 가는 거, 다 이해하고 가겠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기는 하지만요.



최근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재밌는(?) 사실을 몇 개 알게 되어서 공유합니다. 몇몇 친구들의 의견+이들의 관점+제 경험과 생각이라는 걸 참고하고 읽어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의견과 경험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




담배는 OK, 술은 노노


이거 완전 신기하죠? 이슬람교에서 술을 엄격히 금지하기 때문인지 음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별로 종교적이지도 않은데도, 술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대요. 그래도 남자가 마시는 건 괜찮다네요. 술 마시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답니다. 반면 흡연에 대해서는 관대해서 어디서나 누구나 다 담배를 피워댑니다. 발칸 국가에서 힘든 것 중 하나가 이거예요. 오픈된 야외 공간은 물론 실내 바나 고급 식당 내부에서도 흡연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어딜 가나 담배 냄새가 가득한 거요. 숨쉬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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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klphoto, 출처 Unsplash


여하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전 이런 것들이 신기합니다. 왜 어떤 나라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여자에게, 다른 나라에서는 술을 마시는 여자들에게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덮어 씌우면서 특정한 행위를 막으려고 하는 걸까요? 대학 때 일부러 길거리에서만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 하나 여자가 담배 피운다고 욕이라도 해봐라, 바로 덤벼든다'라는 마음 가득했던 혈기왕성했던 때였죠. 네, 저 스물두 살에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서 성추행한 놈 멱살 부여잡고 주먹질한 여자입니다. 허허




친구들과 대화하기 힘들어


야스민카는 26살인데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들과 대화하기가 좀 힘들대요. 술자리 모임에 간 사진을 페이스북에라도 올리면 친구들이 어디서 누구랑 있었냐며, 질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은근한 질책을 한답니다. 이십 대의 반 이상이 혼전순결을 지키기 때문에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문란한 여성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 말할 때도 늘 검열+조심을 한대요.



전 사실 들으면서 보스니아가 생각보다도 훨씬 보수적이라 깜짝 놀랐고, 옆에 있던 포르투갈 친구도 깜짝 놀랐는데, 이 정돈 깜짝 놀랄 일은 아닌가요? 외국에 오래 있어 그런지 한국 기준이 헷갈립니다?!




근데 세르비아는 안 그렇던데?


이 근처 구 유고슬라비아 국가들은 비슷하면서도 참 다릅니다. 세르비아는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반면 성적 개방도는 엄청 높아요. 혼전 성관계나 짧은 성적 만남을 대해서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개방적인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적은 편입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성적으로 개방적이진 않은데 동성애에 대해선 더 관대하답니다. 역사를 공유하는 이 나라들 문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참 재밌습니다.




동유럽 여성들은 많이 꾸며요.


우크라이나나 세르비아 여성들은 화장을 세게 합니다. 노출이 큰 옷도 많이 입고요.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 여성들도 많이 꾸밉니다. 여성에게 기회가 많이 없는 나라들이나 가난한 나라에서 남자를 잡아서 팔자를 고치는 것이 여성의 생존 전략이라 그런 건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에 한국은 가난한 나라가 아닌데도 여성의 외모가 무지막지하게 중요해서 좀 안 맞아떨어지죠. 어떤 나라는 가난한데도 여성들이 화려한 꾸밈을 별로 안 하기도 하고요. 왜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피상적인 가치를 훨씬 더 중요시할까요? 왜 어떤 나라 여성들은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훨씬 더 치장을 많이 할까요? 그나저나 전 왜 이런 게 궁금할까요?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데, 잘 없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연인을 고를 때 각 나라 사람들은 어떤 면을 가장 중시할까요?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있을까요?



각 나라 여성이 연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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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yougov.co.uk/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성격(청녹)이 가장 중요하고 유머감각(연두), 지성(주황)이 비슷하게 뒤를 따릅니다. 공통 관심사(파랑)와 외모(노랑)가 티격태격하며 그 뒤를 따르고, 돈(보라색)은 별로 없네요. 북유럽 여성들은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성격을 많이 중시하고, 아시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성격, 유머감각, 지성, 공통 관심사에 비슷한 점수를 줍니다. 북유럽 여성들보다 상대의 돈을 중시하는 아시아 여성들이 훨씬 많아요.




각 나라 남성이 연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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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yougov.co.uk/


표 설명: 성격(청록), 유머감각(연두), 지성(주황). 공통 관심사(파랑), 외모(노랑), 돈(보라색)



어느 나라에서나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의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을 조건 1순위로 놓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요. 그렇지만 여기서도 역시 북유럽 남성들이 다른 나라 남자들보다 성격을 더 많이 보네요. 홍콩, 이집트,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태국, 에미레이트 남자들은 1/3 이상이 외모가 제일 중요하다고 꼽았습니다. 돈을 중시한다고 대답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나라네요. 이 나라들에선 연애나 결혼을 피상적인 가치를 교환하는 거래 같은 걸로 보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걸까요? 성차별이 큰 곳에서 여성은 더 대상화되며, 여성의 외모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지 않아 사회적 기회가 적으므로 돈 많은 남자를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요. 허허, 순전히 제 뇌피셜입니다.



그나저나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등에서 여성들이 많이 꾸민다는 인상을 못 받았는데, 이 점은 의아합니다. 결혼 시장에서 외모가 이렇게 중요한 곳이라면 평균적으로 더 많이 꾸밀 것 같은데 말이죠.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남성들이 여성 외모를 많이 본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합니다. 사우디는 얼굴을 다 가린 부르카(눈까지 가림)나 니캅(눈은 안 가림)을 쓰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은데 어떻게 남자들이 외모로 여성을 고르는 걸까요?



한국과 중남미 국가, 동유럽 국가들의 결과가 없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궁금한데 말이죠. 나중에라도 관련 자료를 찾게 되면 업데이트할게요!





이런 글은 여전히 어렵네요. 나의 편협함이 드러날까, 비난받을 내용이 있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썼습니다. 저도 제 보스니아 친구들처럼 한국어로 쓰고 말할 때는 검열을 훨씬 더 많이 합니다. 가끔은 그래서 영어나 스페인어가 더 편한 것 같아요.



틀리는 것에 담담해지고 다른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혹은 누가 뭐래도 내 의견에 자신 있어진다면 글쓰기가 조금 더 쉬워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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