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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Jan 04. 2022

살기 위해 먹는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요리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구분된다. 


살기 위해 먹는 사람과, 먹기 위해 사는 사람.


우선, 살기 위해 먹는 법을 알려주겠다.

자취했을 때의 일이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5시 반, 씻고 나오면 6시가 됐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요리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살기 위해 먹으려면 배가 고프기 ‘전에’ 요리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요리해야 하며, 배고픈 상태에서 하는 요리는 즐겁기보다는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고통스럽더라도 요리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배고픈 자취생은 요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배가 고픈데 혼자 있는 상황에서는 배달 음식으로 때우거나, 컵라면 같은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해결하거나, 아예 굶는 일도 다반사다.

기력이 있을 때 요리를 해서 음식으로 에너지를 충족해야 설거지까지 할 힘도 생긴다.

어느 날, 마음이 힘들어서 하루 종일 고민만 한 적이 있다. 시간을 허비하다 시계를 보니 문득 새벽 1시인 걸 발견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내가 오늘 먹은 건 오후 2시에 먹은 토스트밖에 없구나. 너무 고민이 많으면 밥 먹는 일도 잊어버리는구나.

조금 웃긴 말이지만, 고민이 생길 땐 일단 먹자. 뇌의 회로를 ‘고민이 생겼다→먹는다’로 설정하는 것이다. 고민이 깊으면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걸 잊기 쉬우니까.

밥 먹는 일을 까먹는 건 나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에너지원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건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움직이지 않는 삶은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미이다. 밥을 안 먹는 건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어떤 잔소리에는 극단성이 부여되어야 할 때도 있다. 죽기 전에 음식을 먹어라.

요리는 육체적 포만감과 더불어 마음을 힐링 시켜주기도 한다.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었다. 그래서 정확히 10킬로그램이 쪘고, 회사를 그만두면 인스턴트식품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백수가 되었을 땐 집에서 요리를 했다. 재료를 씻고, 썰고, 볶고, 조리는 과정은 은근히 마음을 치유시켰다. 나뿐만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도 ‘마음이 힘들 땐 요리를 하라’고 했다. 요리는 자기 자신을 챙기고 대접하는 행위라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됐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요리를 추천한다. 요리는, 나 자신에게 마음의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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