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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교사 Jul 09. 2022

요즘 것들의 방학 계획

그게 뭐든 끝에 즐거움을 붙이자

7월이다. 시험이라는 고지를 넘었다. 시험을 보는 아이들도 힘들었지만 출제하고 채점하며 마음 졸인 나도 힘들었고 고생했다. 그리고 이제 학기말 마무리를 하며 아이들도 나도 기다리는 것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이다. 화음이 있으려면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는데 방학이라는 화음을 맞이하기까지 우리가 거쳐가야  불협화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화음인지 불협화음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민준의 말처럼 ‘화음'이라는 의미에만 집중하련다. 방학 전까지  일은 많다. 성적 확인, 1학기 생기부 마무리, 학생 상담, 기타 행정 업무 등등할 일은 많다. 그렇게 휙휙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에 끌려다니다 문득 아이들의 방학 계획이 궁금해져 내가 하루를 주도해 본다. 의식하고 생각하고 호기심이 생겼으니  순간만큼은 그리고  호기심을 해결하는 시간만큼은 나는 시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주도한다고 표현한다. 상담으로 캐낼  있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학기말 들뜬 분위기에 수업 시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이들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의 학창 시절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기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차라리 생산적이고 의미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수업시간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들의 방학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리적인 시간과 생각할 시간을 위해 입으로 말하지 않고 손으로 말하게 했다. 계획이 없는 친구들도  기회에 생각해보고 계획을 세울  있기에 쓰기가 적격이다. 그냥 계획이 뭐냐고 하면 아이들은 으레껏 “공부"라는 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질문이 디테일하게 들어가야 한다. 공부와 운동, 구매하고 싶은 , 하고 싶은  등을 엮어  가지 질문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주었다. 선생님이니 공부 계획을 물어 자연스럽게 방학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주입하고 강조하고 압박하는 효과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게 주목적은 아니었다. ‘방학’, 그것도 ‘여름방학  개인의 인생에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알기에, 대부분의 역사는 방학  이루어진다고 믿기에, 무엇보다 ‘여름방학이라는  글자가 가진 힘을 믿기에, 10대의 여름방학의 기억이  후에 삶에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기에, 아이들의 소중한 여름방학이 어떤 목표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길 바란다.


얼마 , 17 인생의 여름 계획이 쏟아졌다.  순간만큼은 어떤 이야기보다 재밌다. 공감이 가는 것도 많다. 10대의 삶과 30대의 삶에 닮은 모습이 많다. 우선 계획이 거창하다는 것이 닮았다. 자고로 계획을 세우는 맛은 거창함에 있다. 하루에 단어 00개씩 외우기, 원서 읽기, 수학 문제집 풀기  원함은 제쳐두고 알고 있는 가야  방향을 위한 거창한 계획이 모였다. 그런 굵직한 거창함 사이사이로 ‘해보고 싶은 '이라는 항목에  계획자의 사심이 가득 담긴 일상의 행복이 읽혀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사랑스럽다. 30대인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도 보여 괜히 반갑기도 하다. 사실 10대의 취미생활이 성인이  후의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취미생활을 응원한다.  가지를 나열해보면 보드 배우기, 코디해서 데일리룩 에쁘게 입기, 친구들과 여행 가기, 타코 만들어보기, 달콤한 디저트 만들기, 사촌들 만나 놀기, 아무것도  하고 방에 누워있기, 하루만이라도 공부  하고 애니 보기 등등인데, 글자에서부터 생동감이 느껴진다. 다행이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아이들은 이미 가지고 있구나. 선생님이  내용이라 완전한 솔직함은 기대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저마다 ‘하고 싶은 ' 있다니  다행이다. 휴대폰에 지배당한 삶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캠페인이나 조언보다 휴대폰 노예에 가까운 현대인의 하나인 나에게 반성의 무게감과 울림을 깊게 준다.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조절하려는 의지에서 아이들에게 사전적 의미의 ‘ 자란 사람. 또는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있는 사람이라는 어른스러움을 느낀다. 이미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아이들의 경우 공부나 독서하는 시간 동안은 휴대폰을 거실에 두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구안해냈다.  아이는 이번 방학엔 책을  읽겠다며 휴대폰을 만지기  20 책을 읽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나에게 ‘아하!’ 순간이었다.  뜨면 폰부터 잡는 나도  방법은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잡기   잡기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금 이틀째 성공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읽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책이다. 다행히 책이 나와 맞아 이틀의 도전이 긍정적인 경험이 되고 있어 당분간은 이어갈  있을  같다. 덕분에 나도 새로운 습관을 들일  있을  같다. 나에게 가르침을  아이도  성공하길 바란다.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다. 다만 앎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진정한 앎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생의 숙제인데, 그건 아이들이나 나나 마찬가지니, 우리 서로 독려하며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을 나누며 그렇게 서로 풍성해지며 각자 인생의  챕터를 계속 써내려 가면 되지 않을까.


계획이 없다면 그냥 심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심심해야 그 시간에서 주도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심심해봐야 생각이라는 걸 하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사실 ‘여름방학'이라는 일정 기간에 대한 이름을 인위적으로 붙이지만 사실은 인생의 연장선이고 한 면이고 시간의 흐름의 한 줄기다. 단지 성공하고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 이야기하기엔 참으로 복잡한 인간의 인생에 어찌 방학을 계획을 계획대로 움직였다고, 그래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좋은 방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방학에서 만나는 예상된 일이든 예상치 못한 일이든 모든 것의 끝에 즐거움만 달면 그만이다. 해야 할 것을 해낸 즐거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는 즐거움, 계획대로 못하는 나 자신을 직면하는 즐거움, 설사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자기가 선 그곳에서 또 다음 길을 찾아나가는 즐거움, 첫날부터 계획한 아침 기상과 달리 해가 중천에 떠 일어나는 즐거움, 내가 만든 계획보다 더 큰 세상이 준비한 시간을 만끽하는 즐거움, 사실 계획은 내 상상과 경험이라는 제한적인 영역에서 가능한 것이고, 가끔은 세상이 그 이상으로 뭔가를 주기도 하니까. 그 복잡한 것들이 모두 모여 어떤 시간의 덩어리를 만들어 낼지, 아이들이 만든 계획을 준거로 세상이 그들에게 선물한 시간은 어떤 것일지 우리 같이 지켜보자. 그리고 건강하자.





저요?  전 당연히…. 수업 준비?^^ 2학기 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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