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심히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시험기간이다.
아이들의 화장기가 옅어지는 기간이자, 조심스러운 시기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거라 믿으면서도
혹시나 풀어진 마음에 고삐를 한 번 당겨줘야 하는 친구가 있는지 살피느라 마음이 분주하다.
거기에 혹시나 출제한 문제에 오류가 있진 않을까 보고 또 보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건 매한가지다.
출제자도, 수험자도 피가 마르는 기간이다.
공기 속에 흐르는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복도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한 번 더 웃으려고 하고
한 번 더 힘내라고 말해주려 한다.
그러면서 이 기간에 특히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인사처럼 묻는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보통은 배시시하며 "...네" 하고 자리를 뜨기 바쁘다.
아니요 라고 해도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터라
그게 그냥 이 기간 한정 인삿말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던 중 오늘 내가 들은 대답은 조금 달랐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라는 질문에
아이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가 들은 대답 중 가장 지혜롭고 가장 진정성 있었다.
"우문현답이네" 하고 파이팅하고 헤어졌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부한 말이지만 왜인지 참 진정성 있고 무게감 있는 대답이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오늘의 복도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