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중인데
10년.
이제 마무리를 하려 한다.
뭐든 10년은 해보고 말해야지 하고 시작한 나의 교사 라이프.
정말 뜨거웠고, 정말 재밌었고, 정말 아팠다.
그렇게 10년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아이들의 우주 말고
나의 우주를 찾고 싶어서
미래를 만지는 일을 잠시
멈추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것저것 생각과 행동이 많은 요즘
동생이 사주를 봤는데 너무 재밌다는 말에
나도 덜컥 보았다.
생년월일 태어난 시에 결정되는 나의 운명이라니
콧방귀도 뀌지 않던 사주를 떨리는 마음으로
보는 나를 보니, 나도 인생을 제대로 배워가나 보다.
그렇게 부모님께 꼬치꼬치 캐물어
내가 태어난 시간을 얻어냈다.
생년월일과 시를 입력하고 나니
참 빠르게도 나의 인생에 대한 글이 펼쳐진다.
물론 제대로 된 풀이야 돈을 내고 받아야 하지만
입문자에겐 데이터 베이스 기반의 풀이 만으로도 충분하다.
맞아서 맞는 것인지, 맞춰서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이 풀어내는 내 성향과 인생이
제법 그럴싸하게 맞아 들어가서 읽어가는 마음이 진지해졌다.
재물운, 대운 등등 재미난 단어가 이어지는데
시선이 멈춰버린 곳이 있었으니
나에게 잘 맞는 직업에 나열된 것들이다.
거기엔 교사가 있다.
"헐~ 싫어~~"라고 하면서도
내심 기쁜 것은 내가 진로를 잘 찾아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런 성향으로 지금껏 그래도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잘 해왔겠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인지
정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무튼 책임감이 강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세심하게 살필 줄 안다는 나의 사주가
나는 썩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천직이니까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며
멈추려는 내 마음을 돌이킨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는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언제 다시 교실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아무튼 한동안은 그렇다.
한 가지 일을 계속해서 전문성을 쌓아가야 한다는 사주 기반의 조언과는
다른 선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잠시 가르치는 것을 멈추려 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단지 교과에 대한 지식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멈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깊게 이해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고작 영어 지식을 알려주고
틀려야 하는 문제를 내서 변별을 하고
단순 지식을 묻고 답하게 하는 평가를 하고자
교사가 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제대로 미래를 만지고 싶어서.
그래서 잠깐 멈추려고 한다.
이 선택에 대해 1년 뒤의 사주가, 2년 뒤의 사주가,
10년 뒤의 사주가 뭐라고 말해줄지,
또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교사가 될 상인가~
교사가 될 사주였소.
그 교사는 잠시 교사를 멈춘다오.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