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모기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 외로움이 올라오면 처음에는 이 느낌이 너무 이상하고, 불편해서 어떻게든 빨리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낌은 점점 무뎌지고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외로움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모기 물린 흔적은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지만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한번은 외로운 감정이 싫어서 친목모임에 나간 적도 있었다. 동네 술집에서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모임이었는데, 나는 미식가도 아니었고, 술을 잘하지도 못해서 거의 마시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텐션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겉으로는 즐거운 척, 따라가는 척 했지만 사실은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나간 모임에서 외로움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어렵게 그 모임에서 나왔다. 거기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는 당연히 연락은 하고 있지 않다. 분위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친구를 맺게 되어 가끔 서로의 소식만 조용히 확인한다. 외로움을 잊기 위한 인간관계는 모두 그랬다. 모임뿐만이 아니라 이성을 만나본 적도 있었지만 그때도 매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히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모기 물린 자국이 가렵다고 해서 긁다보면, 긁을 때는 시원하겠지만 긁고 나서는 더 가려워지는 것처럼 외로움을 잊기 위해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는 외로움에 집중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직무와 관련된 공부와 자기계발을 하면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굳이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활동으로 일상을 채워나가다 보면 외로운 느낌이 가라앉는다. 물론 혼자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기 물린 자국을 외면하고 다른 일에 집중한다고 해서 그 자국이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그렇지만 내가 관심 있는 일을 하면서 관련된 강연을 듣거나 모임에 나갈 수는 있다. 좋아하는 일이나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주파수는 생각보다 잘 맞았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결이 잘 맞기가 쉽다. 사람을 우선적으로 따라가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서 하다 보면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잘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와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사귀는 게 훨씬 낫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