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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ug 19. 2023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 /독후감259

엄마생물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유도 모르고 읊조렸던 이 말 덕분에 우리는 행성들이 얼마나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과 금성은 너무 뜨거워 살 수가 없고, 지구는 인류가 살기에 딱 좋고, 화성은 지구 다음에 위치해 있어 계속해서 생명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연구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명왕성이 퇴출당했다.

 2005년에 명왕성보다 큰 행성 에리스가 발견되어 왜소 행성으로 강등됐고, 다른 행성들과 달리 타원으로 태양을 돌고, 크게 기울어져 돌고 있다는 주장 때문에 결국 명왕성은 ‘수금지화목토천해명’에서 퇴출되었다.


 이렇게 명왕성이 퇴출되기도 거의 50년 전(1958년)에 쓰인 SF소설의 시조새 격인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 (HAVE SPACE SUIT – WILL TRAVEL)]을 읽다 보면 ‘이 책은 도대체 언제 쓰인 책이지?’라는 질문과 함께 ‘정말로 상상력은 시대를 뛰어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가장 위대한 수리물리학자와 그의 가장 뛰어난 제자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 킵은 달에 가고 싶어 한다. 킵과 아빠와의 대화이다.

“아빠, 달에 가고 싶어요.”

“그러럼.”

“네…. 근데 어떻게요?”

“응?” 아빠가 살짝 놀란 얼굴로 킵을 쳐다봤다. “그거야 네가 해결할 문제지, 킵”

 그러던 중 신문의 비누 광고를 읽게 된다.

엄청나게 훌륭한 상품이 걸린 대회 발표 광고였다. 1천 개의 상품을 100등까지 준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100명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비누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1등 상품이 무려 여행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달 여행!!


 아마 내가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큰 스케일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달은 집 앞마당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작가의 상상력은 달에서 절대 그치지도 않고 만족해하지도 않는다.

 다시 킵과 아빠와의 대화이다.

“마젤란 성운은 아름다웠니?”

“음, 딱히 그렇지 않았어요. 하지만 안드로메다 대성운은 아름다웠어요. 우리 은하랑 비슷해요.”

“틀림없이 사랑스러웠을 거야.”

“그랬어요. 제가 다 말해줄게요.”

“너무 서두르지 마. 긴 여행에서 돌아왔잖니. 33만 4천 광년인가?”


 상상력의 핵심은 엄마생물의 등장이다.

엄마생물은 엄마생물이었다. 왜냐하면 엄마생물이니까.

그 옆에 있으면 행복감과 안전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무릎을 다쳤을 때 소리를 치면 엄마생물이 나와서 뽀뽀해 주고 살균소독제를 발라줘서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엄마생물의 품 안으로 기어들고 싶었다. 그러기엔 엄마생물이 너무 작고 무릎도 없었지만, 그녀는 언제라도 기쁘게 부둥켜안고 싶은 존재이다. 인류 이외에도 엄마생물 같은 존재가 우주에 함께한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생명의 존재가능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인간이지만 소설에는 온갖 생물들이 있다.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인간과 아주 유사한 생물들도 있었다. 벌레생물처럼 보이는 생물부터 무지갯빛의 소녀까지 단계적으로 다양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생물도 있었다. 몇몇은 자기만의 수족관 안에 들어있기도 했다.




 우주에 인류 이외의 생물이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확률적으로 보아도 우주 어디엔가 생물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확인한 바 없기에 오직 지구에만 생물체가 존재하는 냥 살아간다. 아웅다웅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인간과 말복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절 끓고 있는 지구에서 우주 저 먼 곳에 또 다른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된다. 더구나 엄마생물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이렇게 더운 지구도 조금은 식혀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여전히 너무 더운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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