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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 Jun 23. 2022

'클릭하지 마시오.'

21년 4월의 <시선을 당기는 문장들>

<시선을 당기는 문장들>은 일상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을 모아 곱씹고 뜯어보는 콘텐츠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맘에 들면 다 되새겨 봅니다.



더현대 서울

출장 차 더현대 서울에 방문했었다. 오픈한 지 두 달 남짓 되었던 때라 사람이 무지 많았는데, 그 사이를 뚫고 빠르게 여기저기서 문장을 수집했다.


이노메싸(INNOMETSA)의 작품이 놓여있던 테이블엔 '제품을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 전 그런 얘기를 들었다.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모른다나? '이제 게임은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우리 뇌는 그만 보다 게임만 계속 되뇐다. 그만한다,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소파에서 먹지 마'보다 '식탁에서 먹어'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다.(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W05FYkqv7hM) 작품 앞에 '만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으면 괜히 한번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그런데 저 친구는 갑자기 보호해주셔서 감사하다니.. 손이 가다가도 멈칫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근처 휴게 공간에 놓여있던 '마음 놓이는 띄어 앉기' 사인도 그렇고, 행동을 유도하는 말에도 격이 있다고 느꼈다. 아주 작은 표시일 뿐이지만, 이런 사소한 포인트들이 모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저런 사소함을 발견하는 걸 즐긴다.


세 번째 사진의 진정성이 담긴 두 목수의 작품 소개글은 꾸밈없고 솔직해서 마음이 갔다. 오랜 시간을 먹고 성장한 나무와 그 나무에 또 오랜 정성을 먹인 목수가 잘 어울려 작품이 괜히 더 따뜻해 보였다. 솔직함이 시너지를 일으켰던 문장들이었다.




노들서가 in 노들섬

복합 문화공간인 노들섬의 일부로 복작복작했던 노들서가. 이 세장의 사진은 이곳의 분위기를 아주 잘 설명해준다. 사람으로 치면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언제나 열려있는 그런 사람이다.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편안함과 신선함이 동시에 다가온다. 구석구석 남김없이 둘러보고 싶고, 또 오고 싶은 그런 곳. 특히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는 '노들서가에서 오래 머무는 방법'에 쓰인 교정부호! 너무나도 귀여운 센스다.


너무나 인상 깊었던 노들서가의 콘텐츠들. 기록해두고 싶어 사진을 추가했다. 곳곳에 작은 웃음 포인트가 널려있다. 또 어떤 활동이 있을까, 다음에 오면 어떻게 바뀌어있을까 계속해서 기대를 갖게 하는 이런 콘텐츠들 정말 부럽다..!




일상비일상의틈

LG유플러스가 만든 복합 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층층이 다양한 콘텐츠가 꽉 차있는 알찬 공간이다. 그중 3층에는 서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인상 깊은 POP가 있어 얼른 사진으로 담았다. 세상에 너무 따수운 글이었다. 내가 느낀 다정함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니. 책들이 작가가 언젠가 느낀 다정함을 종이 가득 담아 놓고 마음이 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아 귀여운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 옆 책장에는 (개인적으로) 아주 매력적인 책들이 모여 있다. '한국 괴물 백과', '영화카드大전집', '슭곰발 한글 레터링 모음집', '방산어 사전', '별종도감' 등등. 제목도 표지도 너무 눈길을 끌어서 하나하나 다 살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책들만 모아놨을까? 하여튼 별스러운 공간이었다.


그 위로 올라가면 이런 요상한 공간이 등장한다. 곳곳에서 빔프로젝터가 수 십 개의 단어를 쏘아대는데, 저 안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재밌는 말을 찾게 되고 나와 어울리는 단어를 몸에 비춰 사진을 찍으면서 논다. 단어마다 서체도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글로 시각적인 흥미를 끄는 흥미로운 곳.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강남본점 5층은 6가지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비스포크 제품, 다양한 작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꾸며놓았다. 공간도 정말 지갑을 열고 싶게 잘 만들어 놓았지만, 다시 한번 인상 깊었던 것은 '가전을 나답게'. 이 짧은 슬로건이 삼성의 가전제품 라인을 정말 잘 설명한다고 느꼈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바꿀 수 있는 냉장고 디자인, 내 생활패턴을 파악하고 알맞은 코스를 추천해주는 청소기. 문구 참 잘 뽑았다..


개인 맞춤 가전의 진수를 보여준 컬러 커스텀. 페인트를 만드는 벤자민 무어와 협업해 360가지 컬러를 선정했고, 소비자는 그 안에서 원하는 조합대로 가전을 주문할 수 있다. PRISM이라는 말도 잘 어울리고, 여러모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던 경험.




지나가던 어디선가..

양재천 근처를 걷다가 발견한 포스터. '글자가 수두룩 빽빽한 포스터'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되는 포스터'가 공존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어느 H&M 매장에서 발견한 POP. '오직, 회원만!'이라고 쉼표와 느낌표를 써서 강조한 느낌이 좋아 찍어두었다.




21년 4월의 <시선을 당기는 문장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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