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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Jun 18. 2023

허찬욱 에세이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문학과 음악, 영화에서 길어 올린 슬픔 이야기

하찬욱,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2023, 생활성서)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인
'죽마고우' 허찬욱 신부가
최근 출간한 따끈따끈한 책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를
선물로 보내주어 어제 오늘
아~주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독일에서 종교 철학을 전공한
가톨릭 사제이니 ... 당연히
글이 딱딱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무척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딱딱한 거대 담론에만 정신이 팔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수필'이라는 형식의 글만이
전해줄 수 있는 사람 냄새 가득한
진~한 감동과 여운을
오랜만에 마음껏 누렸습니다.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몇몇 문장이 있습니다.
앞뒤 맥락이 많이 생략되어서
제가 받은 감동이
여러분께 전달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인용해 봅니다.

"자신의 슬픔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말로 표현된 슬픔은 곧 일반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버립니다. 슬픔이라는 말을 이해했다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는 슬픔과는 다른, 그만의 슬픔이 슬픔이라는 단어 뒤에는 숨어 있습니다." (p. 19)

"소설을 읽다가, 문득  小說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합니다. 작은小 이야기說가 그 이름입니다. 저는 작은 이야기만이 담아낼 수 있는 고유한 내용이 있다고 믿습니다. 큰 이야기는 담아낼 수 없는 삶의 작은 주름 같은 것, 가만히 숨죽이고 봐야 겨우 느낄 수 있는 사람 사이의 작은 떨림 같은 것들은 작은 이야기가 아니면 담아낼 수 없습니다." (p. 25)

"인간의 지성이 고귀하다면, 그것은 지성이 우리에게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망설임 없는 단호함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 앞에서 조심스레 머뭇거리고 망설일 수 있는 능력이 오히려 인간다운 지성의 특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pp. 45-46)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를 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비어 있는 그 넉넉한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p. 83)

"몇몇은 칭찬할 것이고, 몇몇은 흉을 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무관심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될 것입니다." (p. 137)

거대 담론에 지쳐
마음이 딱딱해지신 모든 분들께,
저마다의 슬픔으로 일상에 지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오늘도 책 읽기 딱 좋은 날입니다!

#하찬욱 #허찬욱도미니코 #생활성서 #원래그런슬픔은없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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