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괜찮은걸까
무기력하다. 재미가 없다. 나름 열심히 하던 운동도 빠진 지 2주나 됐다. 겉으로 보기엔 나는 전과 동일하다. 특별히 우울해 보이거나 지나치게 들떠있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무기력한 상태다. 이것저것 너무 시도해봤나, 내 열정에 내가 지친건가_
꿈을 꿨었다. 전 직장 동료들과 새로운 사무실에서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껄껄 웃고 있었다. 진짜 같았다. 꿈에서 깨고 오랜만에 단톡방에 톡을 날려봤다. 잘들 지내냐고_ 여전히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도 참 유쾌했다. 이내 헛헛해졌다.
메모를 즐겨하는 나다. 잊지 않고 싶은 것을 시시콜콜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히 입력한다. 장보기 메뉴부터 지인의 집주소, 즐겨쓰는 인스타 해시태그 나열, 쿠션 커버 교체를 위한 우리집 다양한 크기의 쿠션 사이즈들... 출산을 하고 겪었던 상황과 감정을 꽤 길게 적어두기도 했다. 이 수많은 메모들 중 지금의 무기력함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메모가 하나 있다.
#지금 가장 그리운 것들
1. 죽이 잘맞던 직장 동료들
2. 때 맞춰 먹는 끼니
3. 골치 아파도 끝내면 보람되던 내 일들
4. 고단해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출퇴근길
5. 정기적인 만남과 수다
회사를 다닐 때의 상황이 전부 그립다는 메모. 회사를 다시 다니고 싶나보다. 아니면 회사생활과 너무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해서 그런가_
임신을 하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벅차게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면, 출산 하고 육아를 하는 동안에는 뭔가 계속 비어진 느낌이 들었다. 속은 비었는데 마음은 엄청 무겁달까. 줄곧 이 상태다. 이 상태에서 괜찮아졌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는데 요 며칠은 계속 가라앉은 상태였다. 특별히 티 내진 않았지만, 나름 발악하며 열심히 했던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에 육아와 관계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었다. (육아도 그닥...)
아이와 항상 함께 있는데도 외롭고, 할일이 쌓여있지만 무료하고, 몸은 고단하지만 딱히 할일 없어도 나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은 반드시 사수하고 싶은... 요즘 나는 슬럼프인거 같다. 엄마 슬럼프.
두서없고 결론없는 이 글 마냥,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고 언제 끝날 지 모를_
인스타그램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