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정을 마치고 순댓국집에 갔다. 한 주를 잘 마친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다. 새로 반 병과 함께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온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리며 세상고민 다 무어냐 싶다. 순댓국 하나랑 새로 한 병이오- 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신 듯 보이는 분께서 사람들로 가득 찬 식당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시며 나의 주문을 받으셨다. 나는 빈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장창창! 갑자기 커다란 소음과 함께 식당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바로 앞 테이블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펄펄 끓는 순댓국을 내시던 종업원 분께서 쟁반을 엎지르셨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식당 내 공기엔 모두의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적막을 깨고 앞 테이블 할아버지께서 종업원 분과 함께 온 친구들을 챙기시기 시작했다. 아이고, 누구 다친 데 없어요? 다들 괜찮아? 지켜보던 사람들이 던지는 한 두마디 말들로 소란스럽던 식당의 공기가 그분의 명쾌한 한마디로 정리됐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구나!
그거면 됐다. 허겁지겁 새 행주로 테이블을 닦던 주인분께서 새로 끓인 국밥을 다시 가져오셨다. 정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듣기만 해도 미안함과 죄책감, 당황스러움이 절절히 묻어져 나오던 그분의 목소리에 할아버지께서 따뜻하고 차분하신 목소리로 답변하셨다. 저야말로 다치지 않아 주어 고맙습니다. 뒤이어 내가 시킨 국밥이 나오고 나는 국밥을 먹으며 방금 전 일어난 상황을 대처하는 한 어른의 관점을 생각했다. 다치지 않아 주어 고맙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앞세울 수도 있었다. 그것보다 사람의 안위를 앞에 둘 수 있다니. 나이만 먹는다고 모두 저런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 테이블 어른분께 마음속으로 조용히 감사인사를 드렸다. 오늘은 사람의 한마디로 속이 든든히 채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