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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May 21. 2023

정상과 비정상

어떤 날의 작은 말다툼 직후였다. 나는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었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마주했을 땐 적어도 인정하거나 가능하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만 또 그 덕분에 나의 세상은 노력하는 만큼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나는 숨을 돌리기 위해 얼음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묘하게 긴장감이 돌던 공기를 엎으며 상대가 말했다.


내가 정상인지 네가 비정상인 건지 모르겠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그간 버텨오던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상대는 몇십 년을 살아온 지금까지도 제 기준의 옳고 그름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세상엔 마치 다름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자신의 세계 말고는 그 어떤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은 나의 세계를 영원히 모르겠군요. 나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으려 하는 그들에게, 나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인정받고자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일이 과연 나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일지 고민했다. 자기만족 외에는 가치가 없었다. 잠시 그들에 대한 내 이상을 내려놓고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한순간에 머리와 가슴이 식었다. 그래도 나는 몇 밤이 지나면 오늘을 잊고 또다시 그들에게 이해받고 인정받길 기대하겠지. 늘 그래왔듯 말이다.


나는 말했다. 그냥 당신 세상에는 당신이 정답이고 나의 세상에는 내가 정답인거에요. 이건 누가 맞다 틀리다로 볼 게 아니에요. 한숨을 쉬면 분명 실망감이 새어 나올 것 같아 물을 마시며 이를 밀어넣었다. 늘 자신이 옳다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상대는 나의 대답이 석연치 않아보였다. 당신을 가르치려 든다는 기분이 들어 불쾌해진 건지 상대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는 소리가 마음을 닫는 소리 같았다. 와, 정말 기약 없는 짝사랑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경험도 다 나의 언젠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을 때 스스로를 보다 잘 지켜낼 수 있겠지. 오늘 같은 날들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 언젠간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나도 컵에 다시 물을 채워 방으로 걸어와 문을 닫았다. 닫히는 소리와 함께 마음에 긴장도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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