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치훈의 커피 탐험 Nov 18. 2021

커피는 맛있지 않다

#1 커피를 시작, 그리고 하고 있는 이들에게

내가 처음 커피를 하겠다고 했을 때, 들었던 가장 소중한 이들의 대답은 "어리석다"였다.

어떻게 단 한 사람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그랬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들이 존재했다.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커피를 시작하고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내 과거를 회상하기에, 그들의 힘듬이 모두 다르더라도

단 한 사람도 커피를 지속한다는 게 쉽지 않았음을 통감한다.


일 평생을 나 스스로 무언가 해본 적 없었고 심지어 카페 아르바이트도 해본 적 없이, 성적대로 대학을 가고 대학대로 직장을 구하게 되고. 난생처음으로 내 온 마음을 다해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내 모든 것을 응원해주던 부모님께 부푼 가슴으로 내 계획들을 이야기해 드렸었다.

그들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다.


"어리석은 아들은 부모님의 마음에 근심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커피가 취미니깐 좋은 거지, 일이 되면 그것도 지옥이 될 거야"

"지금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앞으로 뭘 하든 눈에 훤하다"


정말 그때의 허탈한 심정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나의 동심에 비수를 꽂았던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모두 떠오른다.

2년 동안 부모님과 굉장히 힘들고 긴 싸움이 진행되었다.

주로 내가 졌었다. 포기했었으나, 다시 살기위해 일어나야했고. 

다시 포기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길이 맞았다. 

 

정말 날 그 누구보다 믿어주던 든든한 후원자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겪어본 이들만 알 것 같다.

잊을만하면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니?", "난 그러려고 너를 이렇게 키운 게 아니었다"그때 들은 말들이 얼마나 내 가슴에 큰 상처로 자리 잡았는지, 매일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내고는 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그때의 상황을 잘 모를 테니, 조금만 더 설명을 보태자면.


난 항해사였다.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모든 바다를 누비고 다니며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직업!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상은 지독히도 좁은 사회 안에서 고이고 고여있는 문화와 매일같이 있는 회식과 음주, 그 어떤 직장보다 강력한 위계질서와 자기 발전이 어려운 분위기.


INFJ, 혼자인 시간이 꽤 필요한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사회였다. 내가 "나"의 방 안으로 들어가면 "넌 사회성이 좀 부족해" 술을 잘 못 먹으면 "사회생활하는데 술 한잔 못해서 되겠어?, 출세하기는 어렵겠네"라는 대답이 많이 돌아왔다. 이미 나는 그들에게 무언가 모자란 모지리였다. 그땐 그런 내가 정말 많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단 하루도 그날이 이 일의 마지막이길 바라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누군가 그래도 좋은 날이 있었겠지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난 "발광"하는 상태였다. 


책 속의 저자들은 내 내면의 목소리를 적극 지지해주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책을 읽고 있자면, 내가 그들의 탁월한 기업 정신들을 전승하는 자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정신들을 이어가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내 가정형편이 그리 좋은 상황도 아니었으며,  그 당시 아버지의 심장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 슬펐지만, 가슴 깊이 다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항해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 안정적이고 오래,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이란 매일매일이 불안함의 연속, 노심초사였음을 보면.

세상에 안정적인 직업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사업이란 불안정하나 지금의 내 마음이 너무 평안하기에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가 너무 믿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생각보다 모두가 믿고 있으나, 진실이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가 60세가 되었을때 또 한권의 책을 내고 싶으니까. 


난 항해사를 처음 하던 날 깨달았었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구나,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우리 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5년간 배를 탔다.

처음 1~2년은 내 상태를 망각한 채 탔었지만, 그 후 3년은 정말 암흑이었다.


그 암흑 속에서 눈물과 함께 나는 각오에 무게를 담았다.


나에게 있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마치 부모님을 저버리는 것과 같은 무게를 담보로 했다.

생각해보라. 만약 부모님을 안볼각오로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당신의 삶에 큰 무게를 담을 것인가. 어떤 각오를 가슴팍에 각인해야 할 것인가?


내 커피의 시작은 이러했다. 희망과 즐거움보다는 증오와 암흑으로 가득 찼던 나의 시작. 말 그대로 쓰고 검은색의 시작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에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이 있다. 인간의 증오를 담은 그림들인데, 아름다운 것만 나타내는 사회 속 추한 모습을 담은 그의 작품은 왠지 모를 위안과 평안을 준다. 동질감에서 오는 그런 느낌들. 그 당시 내 내면은 굉장히 파괴적이었는데, 그때 그 그림을 보며 위안을 얻었고 "커피로 이런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이 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이 참 원망스러웠지만, 그로 인해 내가 더욱 단단해졌음은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그걸로 무언가를 미화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금 힘들고 있을 사람들의 고난을 허투루 쉽게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고통이 우리를 단단하게 하겠지만, 정말 정말로 괴로울 것이다.


커피를 시작한다는 것은 왠지 모를 고통과 비웃음을 수반한다. 참 웃기다.

커피를 업으로 한다는 것은 사회 시선의 불평등함을 함께 지고 간다.

그것은 때로는 함께 업을 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쪽으로 시선이 가기도 한다.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 친구 엄마도 바리스타다. 내 인생을 걸고 진심을 다해 커피를 하면 할수록 세상은 이 "커피를" 마치 취미생활정도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취급한다.


대우가 좋지도 않으며, 일하는 시간이 짧지도 않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여러 매체에 많이 버는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로 잡히면서 창업자들이 그들처럼 되길, 꿈꾸지만 과연 100명 중에 몇 명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심지어 그런 “성공자”들이 과연 “지속적인 성공자”일 것인가를 떠올려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1년간 잘되는 카페는 존재해도 10년간 잘되는 카페는 또 그중에 한 명일 것이기에.


그렇다.

커피를 한다는 것은, 그렇기 더 더욱 사랑과 비슷해진다


오로지 좋아서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커피를 업으로 한다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전제 조건은 당신은 커피를 “즐거워”해야만 한다.

그런  포인트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나처럼 새로운 커피에 두근거림을 느낀다거나, 글을 쓰는 게 좋다거나, 기계가 재밌다거나?

바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밌다거나.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전제 조건은 반드시 이것이 “즐거워”야한다.


그냥 재밌는 정도가 아니라, 남들보다 오래 일해도 그것이 일로 잘 안 느껴지는 정도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난 그렇다.


몸이 피곤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두근거려야 할 것이고 출근이 출근같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출근이 무서운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바로 체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들이.

그다음 돈이 벌리게 된다면 다행이다. 그리고 그것에 휘둘린다면 우리는 겸손을 잃을 것이며 찾아온 "부"는 오히려 독약이 된다. 그래서 커피를 한다는 것은 "즐거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동료들과 일하며 웃음이 사라져 있다면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


요즘 내가 많이 하는 이야기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책임이 따른다.

잘해야 하는 책임 같은 것.


지속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개척한 분야를 어느 정도 잘하게 되기에, 나는 처음부터 잘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일인데 못했을 때 우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그거 좋아한다며, 근데 왜 못해?"


절벽을 바로 뒤에 두고 우리는 걷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처음이기에 나의 시작점을 담고 싶었다. 그때의 각오와 그때의 괴로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어리석은가?


시작한 지 6년 후 부모님은 나를 그 누구보다 응원해주고 계신다.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내 일을 한 것이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사람의 인생에서 절대 못 바꾸는 것들이 존재한다. 나라, 부모님, 그리고 태어난 곳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부모님의 말씀과 뜻을 잘 따라야 하겠지만, 여러분의 업이 달린 일에 대해서만은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보기 바란다. 적어도 일이 벌어지고 스스로를 탓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일이 잘못되고 부모님을 찾하게 된다면 그 인생은 앞으로도 부모님의 인생이 될 터.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지옥일 거라 했던 사람들에게, 지옥에나 가버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렇게 살지 못할 것이기에, 천국 속에 살고 있는 내가 이해해야지.


많은 이들에게 그전 직장에 비해 30배는 높은 삶의 만족도라고 이야기하는데, 버는 돈도 몇 배는 높아졌고 일하는 시간은 몇 배 낮아졌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은 몇십 배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나의 미래에 쌓인다.


모두가 나와 같이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첫 번째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반드시 커피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부모님 혹은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끊을 만큼 중요한 각오와 무게를 커피에 실어보기 바란다.


그 정도라면, 이 더러운 커피의 세상을 당신이 바꿀 수 있다.


어리석음이란, 책임회피에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 발광하는 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때 정말 많은 책을 보고 작가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재밌게도 한번도 만난적없는 그들만이 나의 후원자들이었음은 우리가 무언가 큰 변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삶의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혁명이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죽기전에 마셔봐야할 커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