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브런치앱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끄적거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나만의 계정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내가 고심해서 썼던 글을 도둑맞았던 기억(호시우역)이 남아 망설여졌다. 그리 대단하다 할 것 없는 글이었지만, 친구들에게만 공개했던 카카오스토리 계정의 글이 마음대로 오려진 채 다른 카페에 가서 버젓이 올라가 있는 꼴을 당했을 때는 억울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자판을 두드리는 경우가 잘 없다. 그렇게 술술 이야기를 적는 재주는 내게 부족하다.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다음 며칠 만에 자판을 꺼내 두드리기 시작하면 대부분 두세 번의 수정 끝에 손을 놓는다. 대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다.
뛰어난 글솜씨는 아니지만 나에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곰곰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다. 글로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잠들기 전까지도 오랫동안 단어를 고르고, 또 다듬었다. 쉼표는 어디쯤에 넣을지, 문단 바꾸기는 어디에서 할지, 비슷한 단어 중에 어떤 단어를 골라 쓸지를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대충의 밑그림이 완성되면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다.
메모는 필요하지 않았다. 메모가 필요할 만큼 급박하게 대단한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침에 생각했던 것이, 저녁에 떠오르지 않으면 글로 옮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니 잊어도 상관없었다. 다만 거친 누룽지를 단 맛이 날 때까지 오래오래 씹듯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다듬고, 다듬었던 그 글을 도둑맞았을 때의 기분이라니!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누가 그랬나, 다음 카페 본사라도 찾아가서 글 도둑을 찾아내라고 항의하고 싶었다. 실제 다음 측에 메일을 보내 항의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글은 곧 삭제되었다.
브런치 앱은 늘 너무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인터넷에,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볼 것 없는 문장이지만 내 나름대로는 얼마나 깎고 다듬은 것인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난도질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앱을 깔아 놓고도 깔작, 깔작 대기만 할 뿐 글쓰기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
얼마 전, 육아 수기를 공모한다기에 한번 응모해보고 싶었다. 예전에 썼던 글을 조금 다듬으면 될 것 같았다. 꼭 상을 받고 싶어서라기보다 마치 영어를 좋아해도 토익 한 번 쳐보지 않은 것처럼 찜찜한 마음이 늘 있어왔는데 객관적인 평가도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덜컥, 상을 타게 되었던 것이다.
상금은 30만 원.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금액이지만 가슴이 울렁거렸다. 내가, 글로 돈을 벌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리고 나는 또, 밤새도록 생각했다. 그래, 브런치를 시작하자! 예전에 썼던 일기 글들을 옮겨와서 적어보자!
어려서부터 수다 떨기를 좋아했던 나는 이야기할 때면 온몸을 다 써서 이야기했는데 눈도 크게 뜨고 손도 막 흔들어가며 실감 나게 이야기했다. 듣는 친구도 깔깔대며 웃어주면 내 기쁨은 최고조에 달해서 이야기의 기쁨은 언제나 나에게 아득한 행복감을 주었다.
그래, 난도질을 당하든, 박제를 당하든, 이야기해 보자!
경남일보에서 받은 상은, 나에게 작은 앰프 같은 것이 되어 주었다. 미스 트롯에 나갈 재주는 못되어도, 작은 앰프 하나 울러 매고 지하철역에 한 자리 잡고 앉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한 자락 부를 만한 재주는 되지 않을까, 나의 글솜씨가!
여기, 오늘부터 나만의 호시우역이 되어 줄 나만의 브런치,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부를지 숨을 골라본다.
후우. 하나 둘, 하나 둘.
거기, 잠깐 들른 그대, 한 곡만 듣고 가요. 깔아드린 돗자리에 앉아 박수도 한 번 쳐주고, 눈도 한번 맞춰주시면 더 고맙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