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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19. 2024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살랑살랑 무늬만 참가

 가랑비로 내리던 비가 이내 발비가 되어 내리는가 싶더니, 곧 전투태세로 모드를 전향한다. 오후부터는 억수가 되어 내리기 시작한다.


나 갈 수 있을까, 성수까지?

갔다, 성수까지. (30권 들고 우산 들고 낑낑) 해당 테이블 '불타는 독립출판'에 도착하고 보니 모르는 얼굴들이 태반.


아.. 안녕하세요. 봄... 뭐시기입니더...

(내 목소리는 안 들렸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드러나는 대문자 I의 위대함.)


그러나 강사님이자 디자이너 쌤이 한 땀 한 땀 준비해 주신 미니 팻말을 보고 빙그레 발그레. 내 손은 인증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2시. 드디어 시작이다. 비를 뚫고 와 준 손님들이 슬슬 입장하기 시작한다. 난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내 책 및 뭇사람들의 책을 다. (삼일 동안 원하는 시간대에 와서 서너 사람씩 자기 책 및 타인의 책들을 팔기로 했다. 모두 처음 보는 책들이라 두근거린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독자들에게 책에 관해 설명하는 일이 매우 어설플 듯하다. 이번엔 수업을 들은 것이 아니라 재참가일 뿐이라서 다른 분들의 결과물을 잘 모른다.)

다닥다닥 책이 두 열일곱 권. 우리 테이블이 입구에 있어서인지 처음에는 쳐다보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러다...



오잉? 시작하자마자 누군가 내 책을 뒤적인다. 연달아 세 사람.. 뭐 뭐지, 조짐이 좋은데..?


그러나 내 마음은...

<저.. 저기... 내려놓으세요>


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샘솟는다. 다른 분들은 자기 책이라 홍보도 잘하고 차근차근 차분파분 설명도 잘하는데... 이래 가지고는... 난 이번 판도 그른 것 같다. 부끄럽고 껄끄럽고 심지어 어지럽다. 난 왜 내 책 앞에서 더 쑥스러워지는 걸까.



<왜 이 여자가 내 여자 아니, 아니 이 책이 내 책이다, 말을 못 해!!>



그렇게 네다섯 분이 내 책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분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길만 쳐다보다 시간이 훌쩍 흘러 버린다. 나의 재고 그래프는 좀체 내려올 줄 모른다. 


그렇게 현재 금요일 밤 스코어 0권. 이게 나의 공식 기록이다. (다행히 비공식 기록으로는 어무니가 놀러 와 2권을 사 주고 가시긴 했다만...) 독자가 없어서인지 시곗바늘은 더디기만 다. 가만 보니 입구 쪽이라 사람들도 더 빨리 지나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인증 놀이에 빠진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오늘 처음 본 분(빈 병, 걱정주머니를 쓰신 작가님)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조금 전 소심히 인스타 주소를 나눴던 분께서 판매자로서의 내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는 말씀을 해 주시니 옳다구나, 싶어 내 휴대폰을 얼른 내민다.


그렇게..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자꾸자꾸 인증 사진만 늘어간다. (그래도 이 시간이 왠지 따듯하고 좋다.)




<... 가 볼게요.>


그러다 6시. 나의 시간은 끝이 난다. 이젠 다른 판매자들이 오실 예정. 복잡한 성수역을 비집고 나와 2호선에 몸을 싣는다.



집으로 오는 길, 내 손에는 비혼을 때리는 말들》10권이 들렸다. 이들을 도로 집으로 데려가는 중이다. 보아 하니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게 판매 부수는 0권일 듯하다. 뭐 예상 못 한 일도 아니잖아?



그저  책오래 붙들고 있어  '스치듯 독자1'과,

"목차 봐 봐." 하며 친구 옆구리를 웃으며 툭 찔러 준 '스치듯 독자2'와,

잠시라도 샘플 책을 손에 들었다 놓아준 '스치듯 독자 3, 4, 5'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내일은....

판매자 대신 소비자로 출격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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