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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20. 2024

서프라이즈 퍼블리셔스

갑자기 복이 터진(?) 어느 무명 제작자의 이야기


봄책, 어디야?


나? 화장실.

누가 날 찾는다. 누구지?그는...


《나는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버전으로 갑자기 나타난 나의 팬클럽(?) 회장님.

(이 팬클럽은 내가 책을 만들 때만 슬쩍 조직되는 비공식 팬클럽며, 팬클럽 회원은 내 전 직장 동료 친구, 아니 나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지만 나 혼자 친구처럼 여기고 있는 '퐝'이라는 친구 한 명뿐이다. 그 친구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물론 회원은 0명. 그녀는 자신을 유령 회원으로 칭하고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스토커 버전으로 행차해 때가 있다.)



나? 지금 성수역 화장실. 배 아파서....

(화장실 청소 아주머니가 청소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나한테 막 뭐라 그러셨고 어쩌고저쩌고... 안물안궁인 더러운?이야기를 퐝에게 고자질하고 있는데...)

뭐?잠깐.. 퐝이  성수역이라고?? 나를? 나를 어떻게 보러 와? 내가 여깄는 거 어케 알고?


당연히 알지여. 어제 책을 벌써 10권이나 집에 도로 들고 갔더구먼?스토커처럼 훔쳐보고 있었지욥.


역시. 유령 회원, 아니 유령 회장이어도 회장님은 역시 회장님일세. 어제 내가 한 일까지 꿰뚫고 있다니! 가만... 그렇다면 스케줄이 팬클럽에 새어 나가게 한 범인은???? 바로....


https://brunch.co.kr/@springpage/616

범인은~~~~~ 바로 나!



아하, 그나저나 제가 비상사태에 전화를 했었군요?아니 근데 여기 왔더니 봄책 언니 얼굴이 안 보여서... 나 완전 당황했잖아? 나? 여기 언니 책 있는 테이블. 다른 사람들만 있어.



엥? 진짜  지금, 퍼블리셔스 그 책 파는 곳이야?!!



어. 여기서 이 책(비혼을 때리는 말들) 쓴 분 어딨나여, 하니까 오늘은 언니가 안 나오는 날이라고 하잖아. 그분이 제가 연락해 볼까요, 하는데 "아, 제가 서프라이즈로 연락을 안 하고 왔는데요. 제가 해 볼게요." 했지. 근데 봄책 언니는 또 전화도 안 받아...


어머어머 웬일웬일! 크크킄크. 그랬구낭. 난 지금 친구랑 성수에 와 있어. 오늘은 판매자 말고 소비자로 거기 놀러 갔다가, 지금은 친구랑 롯데리아에 왔어. 잠깐 친구 버려두고 화장실 다녀가는 길. (팬클럽 회장에게도 화장실 이야기는 굳이 안 빠트리는 봄먼지... 신비주의는 잃은 지 오래다.)


그럼 지금 거기 어디지? 잠깐 만나! 얼굴만 보고 와야겠다. 난 아직 여기 구경은 안 했어.



오, 그래!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온경 역경?을 딛고 다시 만난 우리. 만나자마자 그녀가 내민 이야기(이곳에 오게 된 내력)와 매듭 책갈피...♡

자신이 직접 만든 책갈피를 현란하게 시연 중인 <퐝>

그녀는 요즘 매듭공예에 빠져 있다며 내게 매듭 책갈피를 내민다.


헉...퐝.. 이개 다 뭐야?? (나 울어 ㅠㅠ) 대박... 넘 예뽀예뽀.... 감동감덩감덩..실덩실덩실...


나는 자꾸 기뻐서 배시시 배시시 웃는다. 내가 천주교인이라고 십자가로 책갈피를 만들어 왔고, 하트 모양으로도 준비를 해 왔단다. 이거 만드시느라 오늘 12시쯤 더 일찍 오려다 못 온 거라고...(퐝, 근데 더 일찍 왔으면 나를 더 못 만났어 ㅎㅎ)


그녀가 나중에 보내 준 노력의 흔적들...♡ 뿌잉... 뭐야 퐝...ㅠㅡㅠ


아니 이거(수제 매듭 책갈피)를, 사람들이 언니 책 사 갈 때마다 주라고 하려고... 오늘 오전까지 계속 만들어서 딱 왔는데, 와 보니 언니가 없는 거야! 서프라이즈로 오려고 했는데!


..  근데 어차피 안 팔려서 흐흐. 줄 사람이 없겠다마는 헉헉.. 완전 뭐야 뭐야. 나 왜케 복 많아?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나)



어서 가 봐. 친구 기다리잖아. 우린 나중에 만나서 차 한잔해. 난 더 구경하고 가야겠다. 봄책 갈까 봐 급히 오느라 언니 책도 아직 안 샀어. 사고 나서 인증사진 찍었으면 딱인데... 그래도 만난 기념사진은 찍자!


오 좋아좋아!!


사실 만나자마자 인증사진을 확 찍고 싶었는데! 마침 먼저 말을 꺼내 주니 얼씨구나 하며 (구석에 가서) 셀카를 찍는다. (성수엔 사람이 넘 많아서 구석진 곳에서 브이를 해 보는 우리 팬클럽 일동.)


그리고 퐝이 나중에 보내 준 책 사진들!!


-기다리던 친구라도 책갈피 줘.

-응. 그래야겠다. 친구가 책 사 줬으니 자랑하면서 이 책갈피 줘야지. 넘넘넘 고마워. 근데 어뜩해.. 이렇게 헤어져서.


퐝의 따듯한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고. 내 맘은 달달함과 뜨끈함으로 어느새 노곤노곤 녹아내린다.


기다리던 친구에게 책갈피를 선물한다. 팬클럽 회원이 준 거라며...


집에 돌아와 신나게 또 복 터진 무명 (책) 제작자 이야기를 엄니 아부지께 전해 드린다. 엄마가 감탄하다가 문득, 나보다 더 걱정하신다.


-아니 차라도 같이 마셨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그냥 보냈어?


그 말을 들으니 더 걱정이다. 퐝은 집에는 잘 들어갔다고는 하는데 단물(?)만 쏙 빼먹고 팬을 그냥 보내 버린 무명제작자라  미안해지고... 그래, 이 지면을 빌려...



퐝퐝

고마워.

사....사르ㅡㅡ... 스릉해 ㅎㅎㅎ




오늘도 이렇게 지인 강매로 제작자의 수명을 이어 가 본다.





*추신1: 오늘 이 글은 내 아는 동생, 퐝에게 바칩니다.

*추신2: 또 다른 이를 위한 헌정글이 월요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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