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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24. 2024

출판 피드백이 있는 삶

근데 원래 책값이 이렇게 비싼 거야? 난 잘 몰라서 묻는 거.


작년에 무료 나눔으로 내 책(돌고 돌아 재입사를 하는 이야기)을 주었을 때 몇몇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내 책이 좀 비쌌나..? 작년엔 20권만 뽑았었고, 거의 마진이 남지 않는 가격인 11,000원으로 책값을 책정했다. 다른 분들을 보아하니 내 책이 비교적 싼 편인 것도 같았다. (물론 컬러인데도 10,000원에 파시는 분도 계셨다.) 독립출판물이기에 박리다매는 불가능해 보였다.



근데 원래 책값을 이렇게 크게 쓰는 거야?


올해도 친구들의 피드백이 돌아왔다. 아차, 너무 크게 썼나. 눈에 잘 뜨이긴 했다.  경험치를 반영한 크기였다. 책을 사려고 할 때 책값 표시가 작으면 불편했다. 내 예산에 맞춰 살지 말지를 정해야 하는데 판매자 앞에서 가격을 골똘히 살피는 게 왠지 예의가 아닌 것도 같았다. 그래서 책값 표시를 작지 않게 해 보았는... 내년엔 그 부분도 고려해서 제작해야 할 것 같다.



봄책 언니, 담에 책 낼 때는 표지를 좀 더 이쁘게 만들어 보자!! 이름 부분을 견출지 모양 등으로~ 다른 디자인이 조금만 더 들어갔어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어머, 그렇게 하면 진짜 더 예뻤겠네?역시 나, 디자인을 모르는 제작자라 감각이 무디다. 아니 그쪽 센스가 거의 없다. 그나마 작년에 비해 신경을 쓴다고 쓴 게 이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자문을 구해야 한다. 다음에는 팬클럽 회장님을 살짝 귀찮게 볼까나, 제작 완료 전에?


내년에 책을 제작할 때는 표지를 2개 정도 만들어서 투표도 해 보고 더 깊은 조언도 들어 봐야겠다. 제목도 지인 응모를 해 볼까나? 그럼 이벤트 사은품은 뭘로? 아주 벌써 독립출판물 페어에 붙은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는 나다.



혼자서 툭탁거리는 세상에 사는 나. 그러나 혼자만 좋다고 만드는 게 책이 아니었다. 독자 앞에, 그러니까 책 소비자 앞에 상품을 내놓는 행위가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책 만들기 수업을 들어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던 이 북페어 기회를,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아니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부분을 무척이나 간과했다. '나만 좋을 결과물'은 내 책장에서만 머무를 뿐이다.


그래도 내지(본문) 디자인에 관해서는 딱 한 번 칭찬을 받았다.



봄책장봄먼지 님, 방금 누가 책이 디자인적으로 잘 읽히고 마음에 든다고 하고 가셨어요.

서술어가 '가셨어요'이지 '사 가셨어요'는 물론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런 피드백을 해 주신 분도 무척 고맙고 그런 피드백을 일부러 전해 주신, 같은 매대의 다른 판매자분도 정말 정말 고마웠다.


그동안 혼자 사부작사부작 만든 책이어서 피드백을 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의 평가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재밌는 일을 겪었다고 글을 썼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미친.. 재밌긴.


이런 댓글이었다. 순간 익명의 누군가에게 내 글이 뺨을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며칠간 이런 일을 할 때도 저런 일을 할 때도 내내 그 글자가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재밌긴.. ㅁㅊ' 이웃이라고는 내 친구 몇몇밖에 없었던 블로그였는데 지나가던 타인이 던지고 간 미칠 듯한 그 댓글은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글이 거절당하는 것을 떠나 비속어 느낌의 댓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어쩐지 두려웠다. 그래서일까?이번 북페어를 하면서도 누가 내 책을 집어 들면 어쩌지, 하는 모순적인 감정이 올라왔. 내 책에 넘치는 자신감을 장착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글 나부랭이를 끄적여 놓은 것만 같아 차라리 독자가 없는 편이 낫다, 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고 아무도 사지 않을 책을 만드는 게 과연 나의 목적이었을까?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에 '풋' 웃음을 터트려 주고(실제로 내 목차를 보고 그렇게 웃어 주셨다.) 단 한 분이라도 내 책을 슬쩍 쓰다듬어 주고, 아주 가끔은 내 책의 내용에 공감의 끄덕임을 보여 준다면?나의 일상이 누군가의 일상에 잠시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이런 바람들이 내가 책을 만들었던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러려면 피드백은 필수다. 무플은 되레 성장을 늦춘다. 나는 그간 스스로 성장의 걸림돌을 생산하는 중이었다.

햇빛만 비치길 기대해서도 안 되고 억수처럼 내리는 비라고 해서 마냥 피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피드백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 훑어내리기만 하는 시선이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시선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바람을 견딘 글은, 결국 단단한 글만든다. 숨으면 영원히 숨게 된다. 영원히 '숨은 글'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올해는 피드백을 찾아 헤매려 한다. 그리고 감사를 전하려 한다.



내년에도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좀 더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여러분의 피드백을 마중 나갈 생각이에요!!


다시 한번,

당신의 피드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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