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은행 알리미가 울린다. 이게 뭐야? 들어올 리가 없는 돈이 입금되었다. 오백도 오천도 아니고 5만 원이니 보이스피싱 같은 건 아닐 테지만 어쩐지 수상하다.
<방금 정산해 드렸어요!>
그때 카카오톡 알림이 울린다. 알고 보니 내 돈이었다. 난 북페어에서 다섯 권을 팔았다. 책 만들기 수업 선생님께서 한 계좌로 모였던 판매 대금을 개별 저작자에게 정산해 주신 것이었다. 다른 분들을 보아하니 30권 넘게 파신 분도 꽤 계시고 나처럼 미미하고 소소하게 파신 분도 계신다.
-근데 봄책 님, 누가 제자라고 하면서 어제, 책 사 가시던데요?
그런데 북페어 마지막 날, 책을 빼러 갔던 일요일 저녁에 이런 말을 들었다. 응? 누구지? 팬클럽 회장님(=내 전 직장 동료 '퐝')이 그냥 내 제자라고 한 건가?
-아, 통화 됐어요. 그날 만났어요.
-아니요, 그분 말고 또 다른 분이 와서 제자라고 하면서 한 권 사 가셨는데요?
누구지? 내가 이곳 브런치 말고는 독립출판물 냈다는 이야기를 올린 적이 없는데... 거의 아무도 모를 텐데? (아니면.. 정말 브런치를 보고 왔나? 그간 브런치 주소를 얼마나 남발하고 다녔기에 이름 모를 사람이 오나?? 혹 내 친구인가?) 계좌번호에 입금자 이름이 남았겠지만 물어볼 수도 없다. 다른 분들 책까지 총 17권에다 계좌이체 거래 내역도 꽤 복잡할 테니 강사님께 일일이 여쭐 수도 없다. 내 책을 사 가신 분은 그렇게 미궁 속으로만 남을 듯하다.
작년에는 지인 1권 판매! 당당히 11,000원을 벌었다. 올해는 지인 2명, 타인 2~3명(?) 덕분에 5만 원을 벌었다. 어머니가 와서 사 가신 것까지 하면 7만 원. '벌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어쩐지 내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술어 같다. '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권'이나' 누군가의 책장에 꽂힐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귀하고 귀한 일이다.
<입금 내역이 없습니다>
<삼십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앞으로 내 통장에 어떤 숫자가 찍히더라도 이 북페어의 소중한 경험만큼 커다랗지는 않을 것 같다. 5권이 내게 선물한 북페어의 시간. 그 진한 여운을 이제 내 주변으로도 이어 가야겠다.
-엄마, 엄마 비혼 친구분한테 내 책 콜?
-응. 한 권 줘야겠다. 그 매듭 책갈피도 같이.
-오키.
-친구야, 나 또 ISBN 없는 가내수공업 책 냈어.
-또 냈어? 부지런도 하다.
이번엔 '나눔'뿐 아니라 판매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독립서점 리스트도 검색해 보고 '인디펍'이란 곳에도 문을 두드려 봐야겠다. 멈추지만 않으면 책의 항해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독립출판물 가내수공업은 조용히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