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조사를 부탁한다는 강사 선생님의 공지를 보았다. 시간이 꽤 있으신 분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말을 덧보태셨다. 어떤 설문 조사이기에?
첫째, 창작물 제목은?
1. 세 번 만나지는 맙시다
2. 비혼을 때리는 말들
(그런데 2번은 나 스스로 만들어 본 저작물이지 수업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작년 수업에서 만든 저작물은 '돌고 돌아 재입사'를 다룬 '세 번 만나지는 맙시다'였기에 1번으로 답변을 적어 보았다.)
답변: <세 번 만나지는 맙시다>입니다.
둘째, 어떤 수업을 들었나요?
<스토리지북앤필름>의 클래스 가운데 <불타는 독립출판> 수업이었고 디자이너이자 작가님이 직접 진행하시는 수업이었다.
답변: <불타는 독립출판>
셋째, 저작물 이미지를 업로드해 주세요.
아하, 그런데 내가 표지를 어디에 저장해 두었더라? 작년에는 북페어에 참가하고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내 책들을 책장 깊숙이 넣어 두었다.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표지든 내지든 내 기억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어찌어찌 폴더 경로를 간신히 찾아 표지를 찾아내었다. 표지는 아래와 같다.
넷째, 당신에게 독립출판의 의미는? 왜 독립출판을 선택하였나?
흠.. 글을 계속해서 쓰게 해 주는 힘이 되어 주니까, 이렇게 써야겠다...
답변: 독립출판은 글쓰기 동력이 되어 줍니다. 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일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입니다.
좀 뻔한가? 그러나 그게 내 오롯한 마음이기도 해서 그대로 적어 보았다.
다섯째, 어떤 기대로 워크숍 참여했는지?
책 만드는 수업을 몇 년 전 한번 듣긴 했었다. 그때 디자이너 선생님 덕분에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또 독립출판물 수업을 들은 것은... 새로운 작업을 해 볼 때가 되었다고 느껴서이기도 했고, 책을 만드는 일이 좀 더 궁금해져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만든 것을 어떻게 홍보하고판매해 나갈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그러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임하지 못했던 나였다.)
답변: 책의 내용 및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나아가 유통 방식에 관한 정보도 얻고 싶었습니다.
여섯째, 워크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나: 어떤 제목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전에 '돌고 돌아 퇴사일기'를 썼었는데 그 후속으로 '돌고 돌아 재입사'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주변에선 뻔하고 별로라고들 해서..
수강생1: 저기 ppt에 나온 목차를 보니까... '세 번 만나지는 맙시다'가 있는데 그거 괜찮아 보이는데요?
나: 아....아앗!!! (그거다!)
워크숍 중 자신이 쓴 글의 일부를 수강생들과 나누고 기획 의도나 목차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거기서 어떤 수강생분 나의 목차를 보시다가 해당 소제목을 언급해 주셨다. 아하, 그래. 이 수업 덕분에 책 제목까지 정할 수 있었어! 이번엔 이렇게 답변해야겠다.
답변: 책 제목이 워크숍을 통해 정해지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 책 입장에서는 운명적인 순간이었어요!)
아, 그런데 답변을 제출하고 난 지금에 와서 보니, 강사님이 내 글 서두만 보고서 "오, 재밌을 것 같은데요?"라고 해 주신 장면이 문득생각났다. 정말 그 한마디 덕분에 계속해서 그다음 책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 말은 응원이 되는 한마디였을 뿐 아니라, 내 책의 방향성을 좀 더 확실히 잡을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일곱째,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독립 출판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답변: 책의 내적인 구성과 외적인 틀이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뚜렷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페어에 참여하는 귀한 경험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엄청난 행운도 얻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첫 번째 워크숍을 계기로 다음 해에 또 다른 저작물(비혼을 때리는 말들)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워크숍은 제가 '지속 가능한 독립 출판 제작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답변한 그대로다. 독립출판물 수업은 '지속 가능한 창작과 저작'을 가능하게 해 준다. "또 북페어에 참가하실 분 계신가요?"라는 질문이 수강 후 1년이 지난 뒤에 갑자기 내 카톡 단체방으로 다시 날아들었을 때, 내향인 DNA에도 불구, 내가 바로 "YES!"를 입력할 수 있었던 건, 이것이 아주 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이미 체험 및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여덟째, 동료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이유로?
답변: "책에 관한 거의 모든 경험이 이 워크숍에 녹아 있으니 너도 한번 들어 봐, 무조건 책 한 권은 나와!" 이렇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워크숍이 아니라 다른 독립출판 수업이라도 좋다. 나만의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일은, 내 삶을 한 번쯤 진하게 '돌아보고 내다보는' 중요 포인트가 되어 준다. 혹시 또 모른다. 그 '중요 포인트'가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는 명장면이 될지도? 또는 책을 완성해 낸 그 순간이, 다시금 방문하고 싶은 나만의 '성지'가 되어 있을 수도?
아홉째, 워크숍 참여 이후 당신의 창작 과정이나 출판 계획에 어떤 변화 생길 것 같은지? (혹은 독립 출판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
답변: 앞으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독립 출판물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독립 출판을 통해 제 삶을 해마다 펼치고 모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호응을 얻든 얻지 못하든 저라는 한 사람에게만큼은 커다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삶에는 지쳐도 '독립출판물' 만드는 일에는 좀체 지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 내 삶의 짭조름하고 알싸하고 쌉싸름한 공기들이 나만의 책 한 권에 담긴다. 독립출판물을 만들면 내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해진다.
'이쯤 왔구나, 이만큼은 더 갈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이랄까?
다소 두서없었던 이번 글. 그래도 어느 누군가...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수업에 관심을 지니신 분들이 모쪼록 참고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립출판물 제작은, 다른 건 몰라도...
내 글의 소소한 독립을 세상에 알리는,, 아주 탁월하고도 묵직한, 그리고 세련된 방식의 목소리라 생각한다. 그게 독립출판의 '끊을 수 없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