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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Nov 06. 2024

독자가 왔어요~~

작가님께 드립니다

내게는 나만의 첫 작가님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편집할 때 만났던 작가님.



선생님, 저도 궁금한 책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구매가 힘들 것 같은데 보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 작가님이 나의 인스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놓으셨다. 나를 선생님, 또는 편집자님으로 부르시던 작가님. 이 작가님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어설펐던 나의 편집자 시절, 내가 성장하고 성숙하는 데 알게 모르게 큰 디딤돌이자 주춧돌이 되어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한 꼭지씩 쓸 때마다 나한테 보내라고 했어. 한꺼번에 작업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출판사 대표님께서 내게 이르셨던 말씀이다. 작가님이 대표님께 원고를 한 꼭지씩 보내면 내가 대표님에게서 다시 원고를 받아서 작업을 하였다. 초고가 완성돼 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 터라 이 원고에 대한 내 애정은 남달랐다.


처음 인연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기관에서 시작했. 대표님이 알고 지내던 해당 기관에서 이 작가님의 출판을 제안하셨고, 청소년과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대표님과 나는 망의 첫 작품으로 청소년 작가님의 작품을 택했다. 아니 택한 것이 아니고 모셨다, 청소년 작가님을 우리 출판사의 첫 작가님으로..!



지금은 아쉽게도 해당 책은 서점에 없다. 2쇄도 찍었던 책이었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출판사는 심한 부침을 겪었고 '이제 그만 접어야 할 때'라는 대표님의 조심스러운 인사에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느낌표로 시작했던 여정이 말줄임표를 넘어 마침표를 향해 갔다. 모두가 어려웠고 우리 출판사도 어려웠다.


"우리 출판사 작가들이 모두 모여서 연말에 행사도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의 첫 청소년 작가님이 도서관 첫 강연을 앞두고 내게 하셨던 말씀이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장밋빛 미래를, 우리 청소년 작가님과는 이상 함께하못하였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 작가님의 책을 떠나보내고, 그 뒤로는 글을 고치던 나도 글을 쓰던 나의 첫 작가님도 잊고 지냈다. (그저 작가님의 미래만 응원할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 우리 작가님은 계속 쓰고 계셨구나..! 작가님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번째 책 출판을 알려 오셨다. (공저까지 하면 저 책이 세 번찌 책.) 어찌나 반갑던지 남 일이 내 일 같았다. 무언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지 못한 작은 출판사라 죄송했는데 녹슬지 않도록 자신의 날개를 계속해서 잘 갈고닦고 계신 듯하여 마음이 놓였다.


같은 책을  주문한 후 어느 때보다 더 즐겁게 작가님 책을, 아니 작가님을 기다렸다. 사실 여력만 된다면 내가 <직접+감히> 출판사를 내서 이 청소년 작가님의 다음 책을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여력도 깜냥도 되지를 않는다. 언젠가는 이 작가님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손안에 귀하게 도착한 책을 받아 들고 작가님의 인생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넘겨 보았다.



그리고 다시 서로의 기억이 감감해졌을 무렵인 2024년의 10월 어느 날.




내가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시고 작가님이 내게 책을 주문하신다. 자신의 책을 구입한 것에 대한 보은일 수도 있고 정말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으셔서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다 좋다. 나의 글 나부랭이를 무려 '읽어 준다'고 하시니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나의 작가님이었던 분이 나의 독자가 되어 주셨다. 직은 어디에도 판매하지 않고 있는 책을, 혹은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 책을... 누군가가 읽기 시작한다. 독자가 온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내 노래를 들어 준다면 공연을 할 것이다, 라는 가수들의 다짐을 종종 듣곤 하였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이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독자가 있다면 그 독자 덕분에 다음 글의 귀한 '한 걸음'이 탄생할 수도 있다.



종종 나의 삶을 궁금해해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따금 나의 책으로 안부를 전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날 때면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즐겨 듣고 새겨듣는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독자가 되어 주는 일. 어쩌 사는 동안 우리는 무수한 독자들을 만나 왔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온 삶을 서로 이야기하는 우리. 그렇다면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건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건 누구나 작가이자 곧 독자가 아닐까.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읽어 준다는 건, 한 사람의 어떤 페이지 안에 잠시라도 함께 머물러 준다는 건 무척이나 따뜻하고도 진한 위로이다.



오늘은 독자가 온 날.

그러니 오늘은 또 오늘의 글을 써야지.



다음은 아마도... 

내가 누군가의 독자가 될 차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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