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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찡 Mar 23. 2020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그 사람도 누군가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귀염둥이

오베는 59세다. 사브를 몬다.


시작부터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오베라는 남자가 있어요. 이런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뒷 내용이 더 궁금했어요. 본인은 ‘확고한 원칙을 가진 것’이라고 말하지만 주변에서 볼 때에는 꽉 막히고, 고지식한,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통의 사람. 하지만 그런 성격의 소유자인 오베라는 남자는 예상외로 따뜻하답니다. 사랑하던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듯한 오베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때마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웃들의 부탁을 딱히 거절하지 못한 채 그들을 도와주느라 그의 자살 계획이 계속 미뤄집니다. ‘이런 반전 매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오베라는 남자에게 빠져들었어요. 그는 다친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품을 줄 알고, 이웃의 각종 수리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며, 사랑하는 아내가 싫어할 일들을 최대한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비록 온갖 불평들이 함께 동반되었지만. 사람은 이래서 겉만 보고는 모르는 모양인가 봅니다. 겪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겠죠. 오베라는 남자는 정말 겉과 속이 다른 남자 같아요. 물론 좋은 의미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도 사실은 이렇게 다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자기가 본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내가 보지 못한 다른 이면에는 분명 배려와 공감이 존재하겠죠. 저는 그 좋은 점을 빨리 찾고 싶어요. 어서 빨리...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오베라는 남자' 속 한 페이지예요.

마음이 뭉클해지는 그리움의 순간입니다.


현관문 바로 옆 벽에 오베와 소냐를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거의 40년 된 사진이었다. 그들이 스페인에서 버스 여행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햇볕에 타 가무잡잡했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무척 행복해 보였다. 오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사진을 바라보며 한 시간은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녀를 그리며 상상하는 것 중에서 가장 간절한 건, 정말로 다시 하고 싶은 건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집게손가락을 접어 그의 손바닥 안쪽에 숨기는 버릇이 있었다. 그녀가 그럴 때면 세상 어떤 것도 불가능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워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중에서, 그것이 가장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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