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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Feb 01. 2021

인생은 나의 것이니까! <에놀라 홈즈>

넷플릭스 오리지널 / 에놀라 홈즈

넷플릭스의 여성들 04

에놀라 홈즈 (Enola Holmes)

분량 : 1화

평점 : 4



대부분 셜록홈하면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영국 BBC 셜록홈즈 시리즈는  세계의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번째 이름을 셜록홈즈라고 불러도  정도로,  시리즈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사실 이것 때문에 다른 셜홈 시리즈들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약간 애매한 시즌 4 제외하고는 )  드라마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었고,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  하나로 손꼽힌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새로운 ‘셜록이야기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이걸  시도한다고? 이런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에놀라 홈즈> 예고편을 보고 모든 생각이 날아갔다. 주인공은 ‘홈즈지만 셜록이 아니었다! 나는 앞선 시리즈 리뷰에서 밝힌 것처럼, 어린 여자아이의 성장담에 사족을 못쓰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고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였다. 헨리 카빌의 셜록홈즈 연기도 괜찮았다. 생각보다  어울리긴 했으나, 셜록 홈즈의 이미지가  안에서는 너무나 확고해서 어쩔  없는 부분이 있는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같긴 하지만. (ㅋㅋㅋ)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을 다른 홈즈 패밀리로 선택한  아주 탁월한 결정이었다.



여성 서사를 다루는  가지 방법 / 셜록홈즈 : 유령신부 vs 에놀라 홈즈


 영화 에놀라 홈즈는 드라마 셜록홈즈 시즌 3과 시즌 4 사이에 나온 영화 <셜록홈즈 : 유령신부>와 비슷한 궤를 하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여성인권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역시 주인공의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가볍게 스토리 라인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유령신부의 플롯은, 셜록이 여느 때처럼 사건을 추리하면서 시작된다. 여러 가지 일련의 단서들을 모으면서, 모호하던 사건의 주체가 한 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진실이 바로 물밑에서 일어나던 여성인권 운동으로부터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전반부부터 시대에 팽배한 여성 차별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 요소들을 막판에 떡밥 회수 식으로 지적하는데, 그 주체가 이 싸움에 명확하게 제삼자인 남성 셜록홈즈의 시선이다. 셜록은 이 논의에 대해 인지는 할 수 있지만, 그걸 경험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여성인권에 대한 발언권은 발화의 주체가 여성이 아니라면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일정 선 밖에서 보는 것에 그친다.


 에놀라 홈즈는 어떨까? 주인공 에놀라는 갑작스럽게 행방불명된 엄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오래전에 집을 떠났던 오빠들이 돌아와서 에놀라를 기숙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에놀라는 오롯이 엄마와 둘 뿐이었고, 첫째 오빠인 마이크로프트의 교육 방식은 에놀라에게는 너무 낯설고 불편한 것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에놀라의 시선으로 만난 엄마는 에놀라에게 코르셋을 입는 법 대신에 대인전투를 가르쳤고, 꽃 자수 같은 것보다는 진짜 꽃을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에놀라는 이런 가르침 아래에서 세상의 보편적인 여성에 대한 시선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옷차림을 지적하는 큰오빠의 말이 더 괴상하게 들린다. 그나마 믿었던 작은 오빠는 에놀라를 혼내거나 가르치려 들지는 않지만 큰오빠의 결정에 그다지 반대하는 것 같지 않다. 도움이 되지 않는 두 오빠들을 뒤로하고, 기숙학교에 얌전히 실려갈 수 없는 에놀라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동안 엄마와 소통하던 방식을 돌이켜보다, 에놀라는 마침내 엄마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마지막 흔적을 발견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역시나 이 소녀가 ‘홈즈’ 가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그렇게 성장하도록 만든 엄마의 존재가 더욱 궁금해진다. 결국 에놀라는 탈출을 감행하고 험난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이 시골 소녀는 엄마의 자취를 밟아가면서 처음으로 도시를 경험한다. 도시의 차가움과 무정함에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 엄마를 찾고자 하는 그 확고한 목표는 이 여정을 절대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모험의 끝에서 에놀라는 엄마가 진정으로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딸을 위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에놀라가 코르셋을 입지 않고 편안한 옷을 입을 수 있게 하는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에놀라가 집을 떠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구세대인 엄마와 현세대인 에놀라를 중심으로 사건이 드러날 때, 우리는 에놀라의 입장에서 여성인권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영화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셜록홈즈는 에피소드에 가깝고, 에놀라 홈즈는 좀 더 영화적인 서사가 있다. 전자는 사실상 시즌 사이의 스핀오프형 외전에 해당하는 팬서비스형 영화였기 때문에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성 서사의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에놀라 홈즈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역시 여자가 말하는 여자 얘기가 최고라고.. 에놀라 홈즈에 나오는 남자들은 실질적으로 에놀라의 앞길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극 마지막에서 약간의 개입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건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씁쓸한 현실 고증일 뿐이다. 조연인 셜록 홈즈의 활약을 기대했다면 그건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 이건 에놀라의 이야기고, 이 소녀는 쓸데없는 로맨스나 주변 남성들에게 기대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에놀라가 관객에게 중간중간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연극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아마 여러분도 연극 중간에 갑자기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극에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극에 투입할 수는 없지만, 자칫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관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재미있는 연출과 함께, 구멍 없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집중도를 더 올려준다. <기묘한 이야기>로 유명한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은 말할 것도 없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잊을 수 없는 악역인 벨라트릭스를 연기했던 헬레나 본햄 카터는 보장된 수표나 마찬가지다. 이 두 여자의 벅차고 아름다운 모험담을 보고 싶다면, 당장 넷플릭스에 에놀라 홈즈를 검색하면 된다. 앞에 비교했던 셜록홈즈 시리즈도 함께 감상해볼 수 있다.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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