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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30. 2019

성장하는 우리들을 위해서, <미드 90>

우리는 언제나 자라고 있다. 전국제 상영작, <mid90s>



 배우 조나 힐이 감독을 맡은 첫번째 장편영화.

아메리칸식 조크를 사랑한다면 분명히 즐길 수 있다. 전주 돔 상영관이 웃음으로 가득했다.

인생은 쉬운 적이 없지만, 당장의 내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유쾌한 이야기.



미드 90 공식 포스터


 A24의 로고를 보드가 멋스럽게 만들어내며 시작한다. 90년대 감성이 물씬 드러나는 편집방식. 주인공 스티비(서니 설직)는 형에게 얻어맞으며 자유를 꿈꾼다. 바야흐로 13살. 처음 맛본 일탈은 짜릿하다. 위태로운 스케이트 보드와 나쁜 친구들. 술, 담배, 섹스. 엄마는 걱정이 쌓여가지만 스티비는 좋기만 하다. 매일 자신을 이겨먹던 형이 친구들을 보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지 않는가.


 이 영화는 가족과 친구, 곧 어린 스티비에게 전부일 세상 속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감정의 연속을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매일 싸우고 주먹을 치고받는 형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 나이가 많은 형이 속해있는 어른스러운 취향에 합류하고 싶다. 그래봤자 형도 애일 뿐인데. 그래서 그는 방구석을 벗어나 길로 향한다.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는 누구보다 쿨하게 보이길 원한다. 거침없이 보드를 타고, 구르고 다치며, 술이고 담배고 쭉쭉 들이킨다. 그럼 관객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불안하게 지켜보게 되는가, 싶지만, 영리하게도 영화의 노선은 그 쪽이 아니다.


 리더 격인 레이는 오히려 멘토에 가깝다. 친구들에 대하여 차분히 알려주고, 스티비를 일으켜주는 역할이다. 보드도 잘 탄다. 어린시절 왜인지 롤모델로 삼고 싶어지는 캐릭터인 레이는 그 나이대에 드물게 확실한 목표가 있는 아이다. 물론 불안하고 화가 날때도 있지만서도. 특징이 확실한 이 친구들은 스티비의 인생에서 분명한 성장을 도와주는 존재다. 결핍이 있고, 어딘가 부족하고 어설프며, 질투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모든 것들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처음인데, 어떻게 그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내보이는 성장의 키워드는 큰 것이 아니다.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그렇게 한발자국 나아가게 되는 거다. 각자의 세상으로.


 후반부 이안이 건네는 오렌지 주스는 애증이 난무하는 형제사이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다. 쭈볏 내민 애정. 죽도록 싫은데 누워있으니 안쓰럽고 그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식으로 변화하게 될까. 엄마에게는 그저 나쁜 친구들인 아이들도 결국엔 애들일 뿐이다. 친구가 다쳐서 밤새 병원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애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은 때로는 위태롭고 짜릿하지만, 평화롭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게 예고하고 오진 않으니, 그것마저도 당황스러운게 또 인생인거다. 지나간 순간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지만, 엔딩의 필름 영상 속 유쾌하게 웃는 장면을 보면 지나간대로 다 좋았던 것 같다. 결국엔 그 모든게 지금 이 순간을 만들었다고.


영화 스틸컷


 조금 격한 주인공의 성장 서사. A24의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 괜찮은 코미디 영화다. 굵직한 배우들도 꽤 나온다. 신동사 시리즈로 얼굴이 익숙한 엄마 캐서린 워터스턴, 형 이안 역할의 루카스 헤지스 등. 영화를 보면서 <핫 썸머 나이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제작사기도 하고, 주인공의 성장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서 재미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의 성장은 친구를 통해서라는 점, 위험한 곳에 손을 대게 된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성장을 풀어내는 방식이 <핫 썸머 나이츠>는 상처로 끝났다면, <미드 90>은 상처 후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게 다른 지점이다. 그래서 미드 90이 한 수 위 수준이 아니라 50수 위쯤 되는 것으로. 잘 만든 것 같다, 정말로. 전주에서 오랜만에 영화보면서 마음껏 웃었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모두가 짜릿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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