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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섬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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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08. 2020

우도에서 살아요

섬에서 산다는 것. / 종달리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와 항구에서 표를 끊는다. 나가시는 거죠? 묻는 직원분의 말에 아뇨, 여기 살아요. 라고 대답한지도 꽤 되었다. 미미하게 할인된 표 두장을 들고 도항선으로! 일주일 중 딱 하루 있는 휴일, 왜인지 출근시간 보다도 전에 뚝딱뚝딱 준비하기 바쁘다. 오늘은 제주에 나가서 휴일을 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주 종달리 <소심한 책방>

매주 하루뿐인 자유시간이라,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을지가 제일 고민이다. 뭘 하든 6시 30분에 막배를 타고 들어오는 게 관건이다. 배를 타고 나가서 이것저것 하고 놀면 자연스럽게도 집 사람들이 생각난다. 혼자는 재미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흔한 행동이 왁자지껄하지 않아서 어색하다. 핸드폰을 키면 '뭐하고 놀아?' 하고 귀신같이 와 있는 연락들. 맛있는거 사갈게-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오늘은 어떤 디저트를 선보일지 고심한다.


오늘의 목표는 우도 안에서 못 먹는 음식, 못하는 것들을 전부 하고 오는 것! 제일 먼저 들른 행선지는 역시나 서점이다. 우도에 있는 유일한 서점은 6시 이후로는 열지 않기 때문에, 여유 있게 책을 둘러보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종달리의 소심한 책방에서는 포스트잇에 정성스럽게 적혀진 책 추천부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출판한 자체 독립 출판물도 있다. 


모뉴에트


모뉴에트는 이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까눌레 맛집! 제주도의 동쪽 끝 마을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카페다. 디저트의 질 뿐만 아니라, 티 종류도 다양하다. 각종 음반과 책, 전축들로 꾸며진 내부도 멋스럽다.


릴로의 훈제연어 타르틴, 비프 스튜

프랑스식 오픈 샌드위치가 메인 메뉴인 이곳은 릴로. 프랑스에서는 이런 샌드위치를 타르틴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매장에서는 타르틴과 바게트 샌드위치가 식사 메뉴다. 워낙에 인기가 많은 가게다 보니 오후에 오면 재료 소진으로 식사가 어려울 수도. 인스타그램이나 유선상으로 미리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녁에는 프랑스어 클래스, 상영회 등 작은 마을의 커뮤니티를 더 활성화시키는 공간이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물론이고, 커피와 디저트, 인테리어도 훌륭하다. 아보카도를 추가한 훈제연어 타르틴과 매콤한 비프 스튜. 순식간에 프랑스에 다녀온 기분이다.


북카페 종달리 746

섬 속의 섬에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번거로운 일이다. 생필품을 사려고 해도 그 흔한 드럭스토어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나간 김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메모장에 적어둔 각종 필수품들을 되뇌며 일단 다×소부터. 이곳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답은 오로지 인터넷 쇼핑 뿐. 놀랍게도 쿠×배송이 2일만에 온다. 새삼 우리나라가 택배 강국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하지만- 갖고픈 예쁜 옷들은 그곳에 없으니. 도서산간 추가배송금액에 눈물을 삼키며 결제를 누른다. 휴무일에 돈좀 그만 써야지- 하다가도 집사람들 생각에 턱턱 달콤한 것들을 구매한다. 아무튼 홈 스윗 홈, 우도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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