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 감독 : 김보라
- 출연 :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등
- 개봉 : 2019년
- 제40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제56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수상 등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주인공 은희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사람들과의 관계, 그 관계의 변화, 그들의 반응과 언어가 어른들에 눈엔 별일 없이 단조로워 보이는 중2 은희의 삶에 커다란 사건으로 불쑥불쑥 찾아온다. 집, 학교, 학원 등 각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이 중학생인 은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게 되는 영화이다.
- 집 : 복도식 아파트, 한 집 건너 옆 옆집의 사정까지 다 알던 1994년의 여름, 집은 은희에게 그다지 안락한 공간이 아니다. 귀 뒤에 혹이 생긴 은희에게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아빠, 툭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 자신의 삶 외에는 관심 없는 언니, 삶 자체가 버거워보이는 엄마. 이 가족의 막내로 태어난 은희는 집에서 마음껏 쉬고 먹고 나누지 못한다.
- 학교 : 단짝 친구 지숙과 지완. 모두 학교에게 만난 은희의 소중한 친구들이다. 같이 등하교를 하고 방방을 타고 함께 놀며 일상을 나누던 친구들이었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둘 다 조금씩 멀어지고 어색한 사이가 된다.
- 학원 :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문학원. 서예도구와 한문책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매 수업마다 지루하게 앉아있던 은희에게 새로운 인물, 영지쌤이 나타난다. 은희는 여태까지 자신이 만난 어른들과 영지쌤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영지쌤이 갑자기 학원을 그만둔다. 이 모든 것이 한 여름에 일어난 일이다. 갑작스러운 많은 변화가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지만 울지도 웃지도 않는 중학생 은희가 어딘가 결연해 보이기도, 슬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가끔 우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적당한 용기와 위로, 계획과 타협, 힘과 꿈. 때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너무 커서 한 발 들어선 순간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과 감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기도.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지, 뒤처지지 않아야지 싶은 마음에 그 무거운 마음에 눌려 종종걸음으로 뛸 준비를 한다. 사람들은 우리의 젊음을 부러워하지만,
나는 이미 무언가 이루어놓은 그들의 지극히 평범한 삶이 부럽다.
"벌새는 꿀벌보다 더 부지런히 날갯짓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