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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Jul 26. 2022

소공녀, 2018

<소공녀>

- 감독 : 전고운

- 출연 : 이솜, 안재홍, 최덕문, 이성웅 등

- 개봉 : 2018년



#내용 #가사도우미 #홈리스

도시에서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는 주인공 미소. 가사도우미와 청소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넉넉하지는 않다. 미소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 한솔뿐이다. 팍팍한 현실에 남자 친구 한솔과 잠시 떨어져 살게 되고, 치솟는 물가에 미소 대학 동창들의 집을 전전하기 시작한다. 좋은 집에 살고 있지만 독박 육아와 남편의 눈치를 보는 친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노총각 친구,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들어지고 있는 친구 . 집이 있든 없든 모두의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영화는 치열해보이는 도시, 서울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잃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한줄대사

집이 없어도 취향과 생각은 있어.



#감상평 #도시에서의 삶은 피곤해

2018년, 개봉했을 때 때를 놓쳐 보지 못했던 소공녀, 극장에서 영화가 내린 다음 한참이 지나서야 OTT로 보게 되었다. 그 해 겨울이 다 지나가기 전 이 영화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찬바람이 불던 날,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며 집을 구하러 다녔다. 그 당시의 목동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소위 "남의 동네"였으며, 그곳에서는 1년 반을 살았지만 "우리 동네"의 영역으로 들어올 정도로 다정한 기억이 떠오르는 동네가 아니었어서 지금도 별로 정감가지 않는다.


수중에 있는 돈으로 갈 수 있는 쾌적하고 깔끔한, 너무 골목에 있지 않아 밤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위험하지 않은, 역에서도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은 집을 찾기 위하여 뻘뻘거리며 돌아다녔다. 추운 한겨울에 외투 밖으로 나온 코를 얼어붙어 시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다리에 발을 퉁퉁 붓고, 눈치 없이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 집을 제법 고단한 하루였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고, 비슷한 형태의 고만고만한 집들을 내키지 않은 마음과 샅샅이 살펴보며 점검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던 터라 마침 그 주 설교 본문이 만삭의 몸으로 머물 곳을 찾던 마리아와 요셉의 이야기였다. 집은 구하러 다니던 며칠간 그들이 떠올랐다. 호적을 등록하러 대거 고향으로 내려온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던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미소도 그랬을까?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오늘 밤 몸을 뉘어 머리를 베고 잘 곳이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다행이며 소망이다. 집은 없어도 취향이 있다고 당차게 말하던 미소가 떠오른다. 백발로 변할지언정 소신을 지키며 사는 그의 삶을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내 눈에는 그가 멋져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삶을 살아갈 때 무언가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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