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리 Jul 26. 2022

Frank, 2014

<프랭크>

·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  출연 : 마이클 패스벤더, 도널 글리슨, 매기 질렌할 등

·  개봉 : 2014년

· 장르 :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

· 러닝타임 : 95분

·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배급 : 영화사 진진


● 줄거리

영화는 주인공 존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작한다. 존은 유명한 뮤지션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능력과 재주는 좀처럼 그의 마음을 따라오지 못한다. 어느 날, 존은 우연히 한 펍가게에서 밴드를 만나게 된다. 갑자기 연주자가 빠지는 바람에 존은 밴드에 합류하여 함께 공연과 투어를 다니게 된다. 존은 항상 탈을 쓰고 다니는 밴드 리더이자 보컬 프랭크를 만나게 된다. (프랭크는 샤워할 때도 탈을 쓰고 한다.) 기행을 일삼는 이상한 인간이지만, 동시에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가진 그에게 존은 존경, 신비로움, 경쟁 등의 복잡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밴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그들은 더 큰 페스티벌의 무대에 서게 되는데....

● 리뷰

persona

1. 가면을 의미하는 희랍어

2. 한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가지는 공적 얼굴

3. 진정한 자신과는 분리된 채,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자신을 은폐하기 위하여 타인이 정의한 모습,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



페르소나에 대한 고민은 학부 시절 때 시작되었다. 필수 과목이었던 심리학을 배우면서 해당 단어와 개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때쯤, 보다 확대된 새로운 환경과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아쉽게도 기대와 예상과 다른 풍경과 상황에 아파하며 질러버렸다. 데이고 치이고 환멸이 나던 그 순간, 사람들에겐 수없이 많은 가면과 얼굴들이 있었고, 그 뒤에 숨어있는 진심을 무엇인지 던져지는 물음들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인정한 순간, 허탈함이 함께 몰려왔다.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춰 쓰는 가면들을 부정할 수 없었고, 이는 마치 신발과 같았다. 그날의 일정과 기분, 입은 옷에 따라 문밖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신는 신발. 모두 저마다의 이유와 나름의 상황, 그리고 적당한 예의로 차마 이 페르소나를 벗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단념했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는 정말 우연이었다. 좋아해서 챙겨보던 감독의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고, 사람들의 평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며, 특히 음악적인 요소가 섞인 영화라는 것, 그중에서도 내용을 종잡을 수 없는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 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코미디란 장르가 무색하게 참 이상한 영화였다! 주인공이 거대한 탈을 쓰고 나오는 것도 모자라 어딘가 조금은 특별한, 통통 튀는 사람들이 주는 잔잔한 생각이라... 참으로 요상하고, 좋은 영화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를 두 번 보았고, 앞으로 3번 정도 아껴서 볼 의향이 있다.) 마지막 장면이 마음 한 켠에 오래 남는다. 비로소 가면을 벗은 프랭크가 친구들 앞에 다시 나설 때, 자신을 소개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와도 어떠한 저항과 물음이 없던 이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함께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제야 평소 가면 너머의 얼굴을 궁금해하지도, 굳이 뜯어보려고 하지 않았던 멤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는 관심의 결여가 아닌, 사랑이었고 그들 나름의 이해였다. 어쩌면 한낱 순간에 불과한 마주함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단념했던 지난날의 내가 그들보다 더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진정한 관계는 무엇일까. 존은 그의 부모를 찾아가 묻는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그러나 사실 이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의 납득을 위해 던진 덫과 같았다. 수많은 그럴듯한 이유와 변명을 덧붙여야 형성되고 이해되는 관계라면, 그리고 그 이해와 원만한 관계의 유지를 스스로의 이성과 판단에 맡긴다면, 과연 진정한 관계는 어디서 올까.


더 나아가 때로는 스스로의 존재를 위하여 어떠한 이유와 근거가 덧붙여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극 중 존은 손바닥만 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그 타인의 시선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과 그가 손가락질하는 사람. 이 중 누가 더 건강하지 못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프랭크는 즐기며 함께 하는 삶을 향유한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바라는 것을 하는 게 다인 삶을 살아간다.  끊임없이 확인받을 필요 없다는 것, 나라는 존재의 이유를 타인의 인정과 박수갈채로 정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당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노래한다. "I LOVE ALL"



● 한줄평

1. 대중의 인기와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길 원했던 존과 타인의 인정보다 동료 간의 연대를 바랐던 프랭크 

2. 심리학적 페르소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주인공에게 올타임 가면을 씌우는 미친 코미디 


● 스토리 콘셉트

뮤지션을 꿈꾸는 존이 우연히 프랭크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리더가 속한 인디밴드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


● 명대사

1. I LOVE YOU ALL

2. 넌 프랭크가 될 수 없어. 프랭크는 이 세상에 한 명이야. 

● 관람 포인트

1. 주인공에게 올타임 가면을 씌우는 미친 영화

2. 뻔하지 않은 음악 소재의 작품 

3. 장르는 코미디. 현실은 처참 

매거진의 이전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