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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Aug 22. 2022

? 질문은 잘못된 게 아니다.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열심히 기웃거리던 현장에 있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눌 때면, 그들에게 받은 영감과 임팩트로 부푼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최근 우연하고도 감사한 기회로 씨네21 평론가분을 만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기자와 평론가가 어떻게 부분에서 차이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영화 평론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영화 평론과 기자에 대해 쉽게 말하자면, 기자는 설명에 초점을, 평론은 주장에 초점을 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서 씨네21 평론가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평론은 자기를 중심에 놓고 영화를 바라보는 눈이라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자신이 던진 그 질문을 해결해나가는 것, 그래서 질문하는 직업이라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응답을 찾아나가고, 어떠한 직업이 아닌 태도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그의 강의가 귀에, 눈에, 그리고 머리에 박혀왔다. 처음 알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확신이 없어 몰랐다.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질문을 놓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가 부러웠고 멋져 보였다.


나는 평소 질문이 많은 편이다. 질문을 하는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제 궁금해서, 페로소나 깊숙이 감춘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 대화하고 있는 저 사람의 의중이 궁금해서, 인과관계를 살피기 위해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등등.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고 남들보다 질문이 많다는 것을 이미 알았지만, 그게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비친다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대학시절 꽤 친하게 지냈던 동기 친구가 학교 졸업한 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나에게 고백했다. "넌 왜 항상 쉽게 넘어가지 않고 저렇게 걸리는 것도 많고, 고민이 많을까 싶었어." 그의 말에도 나의 답은 역시 "왜?"였다. 왜? 왜 그렇게 느꼈는데?


어떻게 보면 나는 계속 질문을 던져서 사람을 피 말라 버리게 한다는 물음표 살인마나, 물음표를 갈고리처럼 던져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고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나의 물음에 폐부를 찔린듯한 반응으로 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질문이 던져지기도 전에 곧장 줄행랑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반응들은 나를 재미있게 만들기도, 질리게도 만든다. 얼마 전, 새로운 공동체에 들어선 나는, 나를 표현하는 활동지에서 하나의 문장은 마주하게 되었다. 질문이 이랬다. "나는____________한 사람을 좋아한다."



당신이라면 무슨 답을 쓸 것인가? 나는 무슨 답을 썼을까? 하하. 해당 질문을 보자마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자기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정말이다. 나는 자기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사랑한다. 거창할 건 없다. 단순히 (묘사라 불리는) 표현력이 좋은 사람이 아닌, 화려하고 유려한 말솜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자기 표현력을 갖춘 사람을 좋아한다. 스스로 어떠한 사람인지 자신의 언어로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고, 오늘 어떠한 기분이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 더 나아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끊임없는 질문이다.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 마음  들여다볼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 어떠한 단어가 주어졌을  그것에 대한 “ 생각, 타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 “ 생각 등등. 질문 없인 사고도 없다. 사고 없인 비판과 생각도 없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사회에도 말이다. 멈추지 않은 사유가 생각이 되고, 행동 및 정체성의 기저와 바탕이 되고, 삶의 전반적인 것을 이루기 때문이다.


질문은 잘못된  아니다. 우리 모두 마음껏 질문하자. 그러나 내가 물음표 살인마로 돌변해서 당신을 잡아먹을  같으면 적당제재를 가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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