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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Aug 24. 2022

말아

Rolling, 2022

 [말아]

· 감독 : 곽민승

· 출연 : 심달기, 우효원, 정은경, 정의순, 손석배 등

· 개봉 : 2022년 미개봉

· 장르 : 드라마

· 러닝타임 : 76분

· 관람등급 : 12 관람가

· 배급 : 인디스토리 

● 줄거리

스물다섯 살 주리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도통 나오지 않는다. 집안 곳곳에는 정돈되지 않은 물건들과 먹다 남은 음식들이 늘어져 있다. 식사는 배달음식으로 때우고, 소파에 기대어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인 주리에게 불쑥 한 통의 전화가 온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간호하러 가기 위해서 당분간 가게를 맡아 운영하라는 엄마 은경의 전화다. 가게를 맡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을 뺀다는 협박에 주리는 어쩔 수 없이 스쿠터를 끌고 엄마의 김밥집으로 향한다. 엄마 은경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밥 싸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되는데...



● 관람 포인트

1. 현실 고증 제대로

코로나19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이 영화는 정말이지 현실적이다. 특히나 몇 장면에서는 배우의 실감 나는 연기에 너무나 공감되어 웃음이 절로 나오거나, 공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중 몇 가지를 관람 포인트로 소개한다.


S#1. 주리와 엄마 은경의 영상통화  

 번째는 가게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온 주리와, 엄마 역으로 나온 정은경 배우의 영상 통화 장면이다.  보통 젊은이들은 핸드폰 카메라가 위에 달려 있으니 얼짱각도처럼 핸드폰을 위로 들거나, 핸드폰 중앙에 얼굴을 놓고 영상통화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비율이 이상해져서 얼굴이 길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리와 엄마의 영상통화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을  없었다. 정은경 배우님의 얼굴이 화면에 너무 가까이, 그리고 하단에 길쭉하게 나오는데 정말 딸과 통화하는 엄마의 모습 같았다. 우리 엄마도 나와 영통을 하면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카메라와 비율 등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핸드폰에 가까이 붙이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와 딸이 진짜 영상 통화하는  그대로 영화에 담은  같았다.


S#2. 비대면 화상면접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도 줌을 통해 몇 차례 비대면 면접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영화에서 주리는 평소 반팔과 반바지와 같이 편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 그러나 면접을 보기 위해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겠는) 팔이 긴 와이셔츠와 품이 큰 정장 재킷을 입고 집에서 비대면 면접을 본다. 면접 화면상 보이는 상의는 멀끔하게 차려입었는데, 하의는 편한 잠옷 바지를 입고 면접을 보는 주리의 모습을 보고  킥킥 웃었다. "OO 씨는 뭘 잘하죠?"라고 재수 없게 물어보는 질문도 실제 면접을 보다가 들은 적이 있어서 정말 공감되었다.


S#3. 등산객 아저씨

영화 후반부에 감초 역할의 인물이 등장한다. 산악회 회원에게 한 턱 쏘기 위해 단체 주문을 하고 사라지는 등산객 아저씨. GV에서 곽민승 감독님이 "정신없이 후루룩 나타나서 주리의 정신을 쏙 빼고, 다시 후루룩 빠져주세요."라고 디렉션을 했다고 알려줬는데, 영화를 보면 감독님의 디렉션처럼 정신이 쏙 빠진다. 말투와 액션, 등산 가방과 지방이, 오색찬란한 선글라스까지 휴일에 북한산을 타다 만난 등산객 아저씨들 중 한 명을 섭외해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등산객 아저씨로 나오는 손석배 배우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라는 영화에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연기가 궁금하면 말아를 보러 가자.



(2)  심달기 배우의 새로운 발견

그동안 영화 및 드라마를 통해 만나게 된 심달기 배우는 입체적이거나 어두운 에너지를 가진, 말 그대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고 생각했다. 영화 [최선의 삶]에서 "아람"이 그랬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정은 배우의 아역이었던 은희가 그랬다. 분노에 차 있거나, 무언가 억울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들의 연기를 봤었다. 그런 그녀의 첫 주연의 장편영화.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은데, 이런 영화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76분 간 영화를 잘 이끌어 간다. 주리라는 역할을 잘 표현한다. 어제 GV를 다녀온 팬으로서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심달기 배우를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며 "그녀가 마음만 먹고 사랑스러운 척을 해버린다면, 우리는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질 것이다."라는 에스콰이어 인터뷰 내용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 명대사

1. 주리씨는 워드랑 운전 말고 잘하는 게 뭐 있어요?

2. 저 김밥 잘 말아요. 


● 리뷰

삶을 살아가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 곁에 남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들로 충분할지 모른다. 스물다섯  청춘의 얼굴을 그리는 심달기 배우는 영화  주리가 너무 우울해 보이지 않도록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다. 영화 역시 사회초년생들의 고민을 청춘이란 이름으로 거창하게 포장하거나, 너무 우울하게만 다루지 않아서 좋았다. 그저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비출 뿐이었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알차고, 잔잔하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하고 나는 그런 영화이다. 이십  중반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리가 김밥을  말듯이 우리에게도 잘하는   개쯤은 있다. 그러니 너무 기죽지 말자!



@사진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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