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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oo Feb 08. 2021

밥이 뭐라고

우리는 그렇게도 서로의 밥을 걱정한다.

며칠 전 '신박한 정리'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어질러진 연예인 집을 정리 전문가가 치워주는 프로그램인데 그날은 음악인 A 씨 집이 나왔다. 연예인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흥미롭게 집 안을 구경하던 중, A 씨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다. 돈 버느라 아들 밥 한 번을 제대로 못 차려 줬다는 A 씨 어머니. 아들 얼굴만 보면 밥 걱정인 그녀의 모습에 문득 아빠가 떠올랐다.

Photo by Portuguese Gravity on Unsplash

예전부터 아빠는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20년 전, 하교하는 딸에게 가장 먼저 건네던 말도 "밥 먹었나?"였고, 서른 다섯 퇴근한 딸에게도 여전히 "밥은?" 하고 묻는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잘 먹고, 많이 먹고, 또 먹고, 그저 먹기만 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이런 아빠의 물음이 좋다. '하루 종일 어디서 배나 곯고 다니지 않았을까', '타지 밥이 집 밥만 할까' 하는 염려가 밥 인사 뒤에 숨은 아빠의 진짜 마음 같기 때문이다. 힘든 하루 끝에 마주하는 아빠의 밥 질문은 내 편이 건네는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다.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도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밥 먹었냐는 질문에 쌀이 없어 즉석밥을 데운다 하니 수화기 너머로 "쌀 사라!!"는 성화가 이어졌다. 그러겠다 대충 둘러 되면 될 텐데 무뚝뚝한 딸은 "아잇, 내 알아서 할게요"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새 다 데워진 밥. 뜨뜻한 김을 후후 불며 한 숟갈을 떠 넣는데 '좀 살갑게 말할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무심하게 끊어버린 휴대폰을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아빠와 엄마의 대화가 들리는 듯했다. "이노무 가시나, 열심히 밥 맥여 키운 보람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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