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moo Apr 26. 2021

인생이 또 인생 했다

삶은 원래 비정상이야

크고 작은 일로 가득했던 한 달이었다. 전세 만료일이 임박했고, 괜히 어려운 집주인과의 통화가 반복됐다. 집안일이 해결되자 회사에서 일이 터졌다.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억울함은 항상 나 같은 을의 몫이었다.

회사 일이 수그러들자 자잘한 일상 스트레스가 들이닥쳤다. 쓰지도 않은 포인트가 사라졌고, 환불을 두고 사장님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한데 미세하게 신경을 긁는 문제가 자꾸 발생했다.

지나면 별 것 아니지만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버겁다.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됐으니 해결은 온전히 내 몫이다. 앞으로 살면서 맞닥뜨릴 문제는 수없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힘들면 어떡하나. 아득해졌다.

Photo by Hans-Peter Gauster on Unsplash

소란한 한 달을 보내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평온한 삶이란 없다'는 것. 삶은 원래가 문제 투성이고, 거듭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 나가는 게 삶의 본질이란 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긴 정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비정상이고, 매일 새로운 산을 맞딱들이는 삶이 정상이니 나는 지극히 정상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게 정신 승리인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에서 작은 용기가 솟아올랐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원래 다 이렇게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 후, '왜 이런 일이 나에게'라며 괴로워하는 횟수가 줄었다. 슬금슬금 불길한 일이 다가올 낌새가 보이면 '한동안 잠잠했지. 올 것이 왔네.'라며 가드를 올리고 준비 태세를 갖춘다. 물론 해결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번 해보자'며 용기를 내게 된다.

정신 승리면 어떻고 합리화면 또 어떤가. 손대면 바삭 부서질 유리 멘탈로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 게 중요하지. 그렇게 '인생이 또 인생 하는구나.' 하며 지극히 정상적인 오늘을 살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