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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oo Feb 15. 2021

방간소음러 이웃으로 살기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방간소음 대처법과 효과

옆집에는 목청 좋은 게이머가 산다.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러지 않고서야 매일같이 요란한 전자음과 말소리로 시끄러울 수가 없다. 야단스런 커플에서 드디어 벗어났나 했는데 이웃 복도 참 없다.


방간소음러 이웃으로 10년을 살다 보니 소음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법도 생겼다. 주먹으로 벽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민원을 넣다 지쳐 발견한 작은 해결책. 바로 '창문 살짝 열어두기'다.

Photo by Adrien Olichon on Unsplash

창문을 살짝 열어두면 옆집 소리보다 더 큰 소음이 밀려들어온다. 주정뱅이의 만취 인 멜로디, 요란한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 밤낮 없는 애 울음소리 같은 것들. 혹은 차작차작 여름 비 소리, 귀뚜라미 소리, 일용할 양식이 달려오는 소리 같은 것들...


듣고 있으면 도대체 왜 저러나 사연이 궁금해지고, 저러다 언제 큰일 나지 싶고, 같이 울고 싶고, 성큼 다가온 계절이 느껴지고, 그래서 반갑고, 기쁘고, 그러다 종국에는 게이머의 존재를 잊는다. 소음을 소음으로 이겨내는, 참으로 놀라운(!) 순간이다.

Photo by Mo on Unsplash

최근엔 '뿌아아아앙' 소리를 내며 등장한 소독차 덕분에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게 그 뒤를 쫓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팔이도 했다. 비록 구름 같던 연기 대신 매가리 없는 연기만 퓌식퓌식 뿜어댔지만.. '거, 그래서 소독이 되겄소? 라때는 말이야. 소독차 근방 생명체는 다 숨막혀 죽을 만큼 어마 무시한 연기를 내뿜었다고!'라고 외칠 뻔 했지만 말이다.


오늘도 옆집은 게임이 잘 안 풀리나 보다. 저 고함이 내 신경을 더 긁기 전에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창밖도 못지않게 시끌시끌하다. 밤에 들으면 더 묘한 고양이 울음소리, 어릴 때도 들어본 적 없는 떡장수 소리도 멀리서 들려온다. 누군가에겐 소란함이고 또 누군가에겐 추억일 소리를 들으며 오늘 밤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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