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마을에서 동화 같은 삶을 시작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린 시절 기억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만들어진 기억이다. 내가 온전히 나의 기억으로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은 아버지의 얼굴이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표정의 아버지 얼굴. 나는 어릴 적 유독 누나3을 많이 물었다. 그런데 누나3은 유독 피부가 약했다. 이 둘의 조합이니, 누나의 팔뚝은 늘 파랗게 멍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피가 나기도 했다. 이때 아버지는 펜치를 들고 내게 말했다.
"누가 뱀띠 아니랄까 봐. 이렇게 무네. 다음에 또 물면 이 다 뽑아버린다."
강렬한 첫 기억이다. 너무 강렬한 첫 기억 덕분에 그 뒤에 누나3의 팔뚝을 물었는지 물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