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글이 소리를 버리면 그림이 된다. 그림이 소리를 얻으면 음악이 된다. 음악이 글을 버리면 시가 된다. 시가 그림을 버리면 산문이 된다. 산문이 음악을 얻으면 다시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이 시를 버리면 결국 글이 된다. 글의 그늘은 늘 어둡고, 어두운 것들은 더 어두운 것을 호롱불 삼는다. 다크서클처럼 등잔 밑이 어두운 하루. 슬픔도 즐기면 기쁨이 된다는 듯 울음을 지우고 시를 생각한다. 왜 시인들은 늘 마침표를 가지고 싸우는가.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글과 그림과 음악이 자기를 버릴까 봐 노상 전전긍긍했던 것. 자기 그리움에 빌붙어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래서 마침표를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 그 하루의 종지부를 매일 다시 찍을 뿐이다. 매일 자기 자신을 여닫을 뿐이다. 마음이 조금 삐걱거리면 시를 버리고, 그림을 버리고, 음악을 버리면 된다. 그도 아니라면 자신조차 버리면 된다. 자신을 버림으로써 자기를 얻으면 된다. 결국 가장 고요한 자화상 한 점 남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