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꿈에서 너를 보았다. 꿈속에서 만난 너는 지난밤 꿈속에서 이미 나를 보았다고 말한다. 나는 은근슬쩍 볼을 꼬집으며, 흐릿한 것들이 더 흐릿한 것들 속으로 스며드는 풍경을 그저 바라본다. 꿈속에서는 거짓말조차 진실이 되기도 한다고 너는 내 곁에 서며 말한다. 모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흐릿한 말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말에 신뢰가 생긴다. 언제나 나를 속여온 것은 확실한 믿음들. 투명한 사랑들. 의심할 수 없는 우정들이기 때문. 흐릿하고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것들이 하루 이틀 깊어져, 가을밤의 날개는 서로 부딪히는 법. 그 힘으로 부디 선명해지는 흐릿함이라니. 모든 간절은 꿈속에서도 꿈을 부른다. 악보를 그리지 못해도 음악을 사랑할 수 있듯이 울지 않아도 그렇게 우는 사람이 있다. 한참을 앞질러 간 차들이 결국에는 같은 신호에 붙들려 엉엉 울고 있는 것처럼 나는 너의 꿈을 빌려 운다. 죽었다 깨어나도 멈추지 않을 간절함으로 흐느낀다. 귀뚜라미조차 제 허벅지를 비벼가며 따라 운다. 정확하게는 앞날개를 서로 비벼서 내는 소리지만, 오늘은 꿈속의 모든 거짓을 그냥 믿기로 한다. 내가 믿고 있는 적요로운 흐느낌을 미끼로 삼는다.